[확대경] 사일런트 피아노, 판매 잠잠

"소리가 나지 않는 피아노. 연주자가 헤드폰을 통해 자신이 연주하는 내용 을들을 수 있는 피아노." 피아노 소리로 인한 이웃간 갈등은 그동안 심심찮게 일어났다. 늦거나 이 른시간에 피아노를 치면 아래위 집에서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감정이 격해지면 고소까지 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지난해 8월 국내에 처음 선보인 제품이 바로 사일런트 (Silent)피아노다. 주위 사람들에 신경쓰지 않고 피아노를 마음껏 칠 수 있어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사일런트피아노출시 1년이 지났으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판매가 크게늘어나지 않고 있어 관련업체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보급된 사일런트피아노는 전체 피아노시장(약 20만대)의 0.75% 정도 수준인 1천5백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그마 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자체 개발한 사일런트피아노구성장치인 "마이솔 사일런스"를 5백대정도 판매하는 데 그쳤다. 또 이 회사에서 부품을 공급받아 지난해 11월 사일런트피아노를 출시했던 영창악기는 최근까지 1천대 가량을 판매하는 데 머물고 있다.

특히 영창악기는 지난 5월부터 시그마와의 계약을 위반하고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 시그마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당하는 등 심한 갈등을 자아낸 끝에 지난달 16일 시그마가 구입해 놓은 자재비 3천4백만원을 보상해 주는 것으로 합의, 문제를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이같은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사일런트피아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던 영창악기도 다소 풀이 꺾인모습이다. 우선 전자악기 부분을 자체개발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판매량이 거의 없기때문이다. 삼익악기도 지난달 "듀오"라는 이름의 사일런트피아노를 개발、 시제품을 출시했으나 "이번에 개발한 사일런트피아노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고 할 정도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지나친 경쟁심리와 피아노학원 의이기심을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선 학생들의 경우 자신은 사일런트피 아노로 별 제약없이 연습을 하면서도 주위에 권장하지 않고 학원들도 이에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사일런트피아노 보급이 확산되면 학생수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사일런트피 아노의 가격이 너무 비싼 데다가 업체들 스스로도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일런트피아노는 가격이 4백만원대로 일반 피아노에 비해 훨씬 비싼데다 시그마에서 공급하고 있는 "마이솔"의 경우도 1백만원에 달하는 등 사일런트 피아노를 장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사일런트피아노를 개발한 시그마 엔지니어링의 박세영사장은 "사일런트피아노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이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해야 하고 소음공해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는 한편 피아노학원의 경우도 규제사항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해야 한다"고 지적 했다. <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