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IT업계 2인의 ’프라모델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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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모형을 만들어 큰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 언뜻 보면 장난감처럼 보이는 모형 자동차·헬기·탱크 만들기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만드는 프라모델은 플라스틱과 모델의 합성어로 플라스틱 재료를 이용해 제작한 각종 축소 모형. 24분의 1, 48분의 1로 축소된 세계에 실제와 같은 모든 부품을 담아내는 프라모델의 조립과 채색이 그들이 즐겨하는 일이다.

 프라모델의 대상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자동차와 헬기뿐 아니라 총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캐릭터, 한창 유행인 일본만화영화의 주인공 토토로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지문인식보안시스템 전문업체 니트젠의 이동연 대리(32)와 인터넷보안업체 한국정보공학의 김용범 과장(33)은 바로 프라모델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형을 완성하는 순간 실제 세상에서 자동차나 비행기를 얻는 것같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어 프라모델을 만든다고 한다. 때로는 철저하고 완벽하게 실제 자동차나 비행기와 똑같은 프라모델을, 어떤 때는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재료를 구해 순수한 창작 프라모델을 구현하기도 한다.

 니트젠의 이동연 대리는 어린시절 고장난 가전기기는 모조리 뜯었다 조립하던 장난꾸러기였다. 이런 습관 때문에 프라모델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신이 만든 프라모델이 하나하나 늘어갈 때마다 환희를 느낀다고 한다.

 “제가 만든 프라모델을 혼자만 보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프라모델은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대리는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려고 98년 프라모델 마니아를 위한 사이트(http://www.modeler.pr.kr)도 개설했다.

 “프라모델은 단순히 작은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에 생기를 불어넣는 색칠작업까지 마쳐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됩니다.” 그는 단순한 조립작업을 뛰어넘어 색채의 미학을 접목해야 하는 것이 프라모델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프라모델을 좋아한 덕택에 대학전공도 기계공학을 하게 됐다는 그는 모형뿐 아니라 트랙을 따라 움직이는 마우스모양의 생쥐로봇을 제작하기도 했다. “일하면서 밤새는 것은 어려워도 한번 프라모델 제작에 들어가면 날이 새는 것을 잊어버리기 일쑵니다.” 좋아하는 취미에 미쳐 산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 대리는 자신이 개설한 웹사이트에 여러 동호인의 작품이 쌓여가는 것도 뿌듯하다고 웃어보인다.

 또 한명의 모델러 한국정보공학의 김용범 과장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프라모델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 나오는 로봇을 직접 조립해서 갖고 싶었다는 김 과장은 용돈의 대부분을 프라모델 조립에 사용했다고 한다.

 “완성된 장난감은 흥미를 주지 못했습니다.” 직접 만드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만든 작품을 유리상자나 장식장에 넣어 두고 보는 전시효과는 느껴 본 사람만이 안다고 강조한다. 프라모델 조립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그는 이런 취미 활동을 통해 인내심과 집중력이 더욱 향상됐다.

 “조립에만 꼬박 3일이 걸린 엔터프라이즈 항공모함이 가장 아끼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 도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 않다는 김 과장은 대학시절 프라모델 권총을 조립해 가지고 다니다가 경찰에게 검문당한 에피소드도 설명한다.

 “영웅본색이라는 영화를 보고 권총을 조립해 가지고 다니다 경찰의 검문 도중 너무나 진짜같은 권총 때문에 시국사범으로 오인받았습니다.” 실물과 똑같은 프라모델 권총 때문에 경찰서까지 가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는 그는 프라모델을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거나 유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인식 전환에 앞장서겠다고 말한다.

 “꿈을 조립하는 것입니다.” 이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꿈을 하나둘 조립해 나가고 있다며 프라모델 마니아로서의 자존심도 잊지 않았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