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메모리 시장 `총성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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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도 적도 없는 무한(無限)의 전쟁.’

 대용량 휴대형 메모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개인휴대단말기(PDA)·범용직렬버스(USB)저장장치 등 대용량 데이터 저장이 필요한 휴대정보기기의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플래시메모리업체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기존 데이터저장(Nand:낸드)형과 코드저장(Nor:노어)형으로 나눠지던 영역구분도 모호해지고 생산합작과 특허소송이 이어지면서 어제의 적이 동지로, 오늘의 동지가 적으로 변하는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외장형 저장장치 형태가 콤팩트플래시(CF)카드·스마트미디어카드(SMC)·메모리스틱·시큐어디지털(SD)카드·USB저장장치 등으로 다원화되면서 시스템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표준을 잡는 것도 생존의 열쇠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계가 허물어진다=플래시메모리 시장은 크게 인텔과 AMD 등이 선도해 온 노어형 시장과 도시바와 삼성전자가 닦아 놓은 낸드형 시장으로 나뉘어져 왔다. 노어형은 데이터 액세스 속도가 빨라 전송속도가 빨라야 하는 무선통신기기에 주로 사용돼 왔고 낸드형은 대용량 저장이 가능해 MP3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 등에 주로 적용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IMT2000·PDA·USB저장장치 등 대용량 저장이 필요한 무선통신용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군이 급성장하면서 노어 및 낸드 진영의 업체들이 이 시장 공략을 두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AMD가 최근 내놓은 ‘미러비트’ 플래시메모리 기술은 노어형의 한계를 극복해 64Mb를 시작으로 1Gb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했고, 인텔의 ‘스트라타’ 플래시메모리 역시 셀당 비트수를 늘리는 멀티레벨셀(MLC) 기술을 적용해 256Mb 시제품을 내놓았다. 또 공정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S램과 플래시메모리 스택 기술,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개발키트 등을 통합 공급해 낸드 진영의 진입을 최소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반면 낸드 진영의 대표주자인 도시바는 샌디스크와 기존 낸드 방식에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울트라’ 플래시메모리 기술을 개발, CF카드 등에 적용하고 있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낸드형 이외에 노어형 플래시메모리 개발에 착수했으며 Ut램과 S램 등을 멀티칩패키지(MCP)로 묶어 무선통신기기시장에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다.

 ◇제휴냐 제소냐=이처럼 경쟁이 심화되자 업체들간 이전투구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도시바와 샌디스크는 공동 기술개발은 물론, 생산공장까지 합작설립해 50대50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다.

 AMD와 후지쯔도 같은 협력방식을 취하고 있다. 양사는 일본의 합작공장 3곳을 운영중이며 최근 미국 오스틴에 있는 AMD의 CPU 팹25를 플래시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했으나 양사의 합작공장에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협력관계가 없는 업체들은 적이 된다. 샌디스크와 도시바는 플래시메모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각각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를 제소했고 대만과 일본 등지의 후발업체에도 특허권으로 시장진입을 막고 있다.

 도시바와 함께 낸드시장을 일궈 왔던 삼성전자는 샌디스크의 끼어들기로 오랜 협력관계가 깨지자 양사를 모두 특허침해 혐의로 맞제소했다. 제휴가 아니면 제소가 흐름이다.

 ◇시장표준 확보가 관건=하지만 이같은 협력관계는 플래시메모리의 응용분야인 휴대정보기기시장의 향배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래시메모리의 최대 수요처인 SMC와 CF카드가 보안기능을 요구하는 SD카드의 등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고 소니의 메모리스틱도 원조자들을 늘리면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플래시메모리업계의 향후 승산은 누가 얼마나 시스템업체와 공조해 시장표준을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SMC 진영의 삼성전자가 메모리스틱에 이어 CF카드, 멀티미디어카드(MMC) 등으로 표준규격을 다양화하겠다는 것도, 샌디스크가 5종의 카드 표준규격을 지원해 연간 20∼30%의 성장세로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는 2006년까지 평균 6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플래시메모리시장을 재패하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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