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필립스 `5세대 TFT LCD` 설비확장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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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LG필립스의 5세대 TFT LCD 설비투자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과 LG필립스는 우리나라가 TFT LCD부문에서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데 기여한 ‘1등공신’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각각 20.2%와 17.1%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런 만큼 두 회사의 5세대 설비투자 경쟁은 향후 세계 TFT LCD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 5세대인가=삼성과 LG필립스의 5세대 투자경쟁은 최근 LCD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TFT LCD시장은 최근 심한 ‘쇼티지’ 현상을 보이고 있다. TFT LCD가 노트북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올들어 CRT를 대체, 일반 모니터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노트북과 모니터용 시장규모만 올해 6100만개로 지난해(4533만개)보다 약 35%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반해 공급은 크게 달리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LCD업계의 설비투자가 위축된데다 일본업체들이 시장에서 ‘자진퇴출’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디스플레이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기존 제조라인에서의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결국 기존 2∼4대 라인만으로는 대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 생산성이 탁월한 5세대 라인의 조기 셋업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경쟁국 따돌리기=현재 10.4인치 이상 중대형 TFT LCD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생산능력은 물론 기술력에서도 경쟁국을 압도한다. ‘원조국’인 일본도 손을 들었다. 다만 최근 대만의 추격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정부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대만은 AUO·CPT·한스타·치메이·퀀타 등이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만은 현재로선 5세대에서 한국을 따라오기에 힘에 부쳐보인다. 준비단계에서부터 가동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고 시설투자비만도 월 6만장 기준으로 10억달러 가량 들어가는 5세대 투자를 감당하기엔 사정이 여의치 않다. 특히 2∼4세대까지 단계적으로 노하우를 축적한 LG와 삼성과 달리 대만업체들의 경험은 일천하다.

 즉 삼성과 LG는 5세대 투자확대로 최대 라이벌로 부상중인 대만의 추격권에서 멀어져 시장지배력을 더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소형 제품과 TV용 대형 제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을 겨냥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모니터용과 TV용 등을 생산성 높은 5세대 라인으로 돌리고 기존 라인에서 이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자존심을 건 경쟁=삼성은 현재 중대형 TFT LCD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LG필립스에 1위 자리를 내줄 형편이다. 다음달 LG 5세대 라인이 가동되면 LG의 생산능력이 이론적으로 월 36만개(15인치 기준)가 추가돼 삼성을 추월하기 때문. 결국 삼성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삼성은 이에 따라 5세대 투자를 대폭 앞당겨 이르면 오는 9월 5세대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 규격은 LG의 5세대보다 기판 사이즈가 커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강점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 LG도 오는 3분기에 ‘페이즈2’를 추가 가동할 예정이어서 LG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두 회사의 주도권 싸움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변수는 삼성이 5세대 ‘페이즈3’를 월 3만장으로 하느냐 아니면 월 6만장으로 하느냐는 점이다. 그러나 5세대 투자에서 삼성보다 3개월 이상 앞선 LG가 현재로선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업계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결국 두 회사의 주도권 다툼은 차차세대인 6세대 이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공급과잉 오나=현재까지 드러난 LG와 삼성의 최종 5세대 라인 생산규모는 각각 기판(마더글라스) 기준으로 월12만장이다. 이는 5세대 기판 1장에서 14인치 노트북용 LCD패널이 16개가 생산 가능하는 점에서 무려 월 192만개의 공급량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18인치로 계산해도 월 108만개가 증가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업계 일각에선 LG와 삼성의 5세대 설비경쟁이 결국 TFT LCD의 공급과잉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한다. 여기에 AUO·퀀타 등 대만 일부업체들도 내년 하반기 5세대 라인 가동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설사 LG와 삼성이 5세대 투자를 계획대로 간다 해도 결코 공급과잉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TFT LCD 경기가 세계 IT경기의 부진속에서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디스플레이서치 등에 따르면 올해보다 오히려 내년이 사상 최대의 TFT LCD 산업 호황기가 될 공산이 높다. 여기에다 라인당 패널 생산수를 대폭 억제할(?) TV용 대형 LCD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약 200만대로 추정되는 TV용 LCD 시장이 예상대로 시장진입에 성공, 수요가 촉발된다면 LG와 삼성의 5세대 설비투자로 인한 TFT LCD의 공급과잉론은 단지 기우에 머물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TV용 시장에서도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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