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꿈같은 2박3일 .."미래 대들보 될래요"

◆섬어린이 IT월드컵 쳄험단` 일정 마쳐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전이 끝난 31일 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주변에는 ‘개막전 대반란’의 흥분을 미처 식히지 못한 세네갈 응원단의 북소리와 춤사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개막식과 개막전을 보고 나오는 ‘섬어린이 IT월드컵 체험단’ 어린이들의 가슴에도 큰 꿈과 흥분이 너울너울 춤췄다.

 “처음보는 경기장 모습이 환상적이에요” “개막식이 화려하고 멋있었어요” “개막경기에서 세네갈이 이겨서 참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어요.” 부옇게 내리는 안개비와 쌀쌀한 날씨도 아이들의 흥분을 꺼뜨리지 못했다.

 개막식 내내 어린이들은 나눠준 소고를 두드리며 불꽃이 터지고 화려한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아!’ 탄성을 터트렸다. 형형색색의 의상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축구공, 수백명이 어우러지는 군무는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도 모자라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이번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디지털과 전통문화의 만남. 장쾌한 전통문화의 배경에서 더욱 반짝였던 IT기술은 화려한 추억을 어린이들에게 선사했다.

 울릉도 저동초등학교 한진경양(12)은 “컴퓨터탈을 쓴 사람들(디지털 광대)이 많이 등장하면서 춤출 때 참 멋있었다”며 이를 특별히 떠올렸다. 이어 벌어진 개막전 경기에서 세네갈이 세계 1위인 프랑스를 이기는 이변이 연출되자 어린이들은 놀라면서도 즐거워했다.

 이틀째인 1일 방문한 여의도 LG사이언스홀에서는 IT가 생활문화를 변화시킨 미래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또 흥미롭게 설명해주는 각종 과학학습 내용에 귀를 쫑긋이 세우는 모습이었다. 로봇이 관람객의 얼굴을 인식해 붓으로 직접 초상화를 그려주는 코너에서 그림을 받아든 군산 신시도초등학교 최기천군(10)은 마냥 신기한 듯 자기 얼굴그림을 쳐다봤다. 연극배우가 출연해 이들 어린이 앞에서 과학실험을 하는 코너에서 조교로 불려 올라간 화도분교 고민석군(11)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액체질소를 이용한 실험을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경험을 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원격교육시스템에서는 자연분야 문제를 풀고 수업을 들었으며 마이크로 로봇, 환경정화, 미래 자동차, 홍채인식시스템 등 많은 볼거리가 어린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첫날 방문한 어바이어 고객센터에서도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통신장비였지만 이리저리 눈여겨 보며 잘 몰랐던 통신의 원리를 배웠다. “인터넷을 하려면 선이 있어야죠. 선이 없으면 할 수 있나요”라는 안내자의 질문에 “안돼요”라고 대답했던 이들 어린이는 무선랜으로 연결되는 무선인터넷 시연을 신기한 눈빛으로 경험했다. 또 신수도초등학교 강혜림양(12)은 음성데이터통합(VoIP) 인터넷전화를 이용, 집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하기도 했다.

 섬이 있는 전국 5개 도에서 모인 15명의 아이들은 처음엔 서먹한 모습이었지만 개막전 관람 다음날 롯데월드 놀이동산을 방문하고 한강유람선을 타면서 금새 허물을 벗고 어울렸다. 마지막밤인 1일밤 새벽까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석별의 정을 나눈 어린이들은 2일 아침 각자의 고향으로 먼길을 떠났다. 수백㎞씩 서로 떨어진 고도의 어린이들. 이들이 2박 3일간 쌓은 우정을 계속 나누기 위해 서로 주고 받은 것은 다름아닌 서로의 e메일 주소였다.

 2박 3일 동안 어린이들을 따라다니며 보살핀 5명의 교사와 장학사들은 하나같이 “역사적인 개막식을 본 것은 아이들의 인생에 빛나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옥준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정보화 장학사(47)는 “도서지역 어린이들의 경우 개인당 교육비는 도시 어린이들보다 많지만 직접 체험하는 학습의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도시어린이의 교육환경과 비교할 수 없다”며 “지금 아이들은 스스로 얼마나 소중한 체험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평생을 살면서 새록새록 이번 IT월드컵 체험은 좋은 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