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디스플레이업계 `FPD 격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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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브라운관(CRT)과 액정표시장치(LCD)를 내세워 세계를 석권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일본이 또다시 ‘복병’으로 등장, 한일간의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설비투자, 그리고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일본이 뼈를깎는 구조조정과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FPD)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며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은 현재 CRT와 노트북·모니터용 TFT LCD 부문에선 더이상 한국의 적수가 못된다. 오히려 대만에까지 밀려 ‘3류’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5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도 한국과 대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어 당분간 열세 만회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차세대 FPD분야로 가면 상황은 다르다. TV용 TFT LCD를 비롯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발광표시장치(OELD) 등에선 일본이 기술력·생산능력·시장점유율 등 모든 면에서 세계 1위다. 결국 디스플레이 초강국의 명성을 FPD분야로 잇기 위해 다시 역량을 집중하는 한국과 일본의 숙명적인 재대결이 다가오고 있다. 

 ◇TFT LCD=전반적으로 LCD분야는 LG필립스·삼성전자의 쌍두마차를 내세운 한국의 독무대다. 한국은 유관산업인 반도체기술력을 앞세워 이미 질적인 면에서도 일본을 추월한 상태다. 그러나 이는 노트북·모니터용 시장의 얘기일 뿐 TV쪽으로 가면 상황은 다르다. 샤프를 필두로 마쓰시타 등 일본 TFT LCD업체들은 고휘도와 빠른 응답속도를 요구하는 TV용 TFT LCD시장의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며 노트북·모니터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특히 전방산업인 ‘LCD TV’ 시장이 강세를 보여 당분간 TV용 TFT LCD부문에선 일본의 강세가 예상된다.

 이에 맞서 한국업체들도 최근 일본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이미 LG가 5세대 라인 가동을 계기로 TV시장 공략에 나서 마쓰시타를 제치고 2위로 부상하고 있으며 삼성도 TV쪽에 전력을 대폭 보강했다. 한국업체들은 막강한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통해 수년내 TV쪽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PDP=초대형 프로젝션TV 시장을 잠식하며 대형 디스플레이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PDP 부문 역시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진 분야다. 세계 PDP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한 FHP를 정점으로 마쓰시타·파이어니어·NEC 등 일본업체들은 생산능력과 판매량면에서 한국의 두배를 웃돌고 있다. 여세를 몰아 일본은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하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후지쓰·히타치·소니 합작사인 FHP의 경우 이미 LG전자·삼성SDI 등 한국업체들의 2배 수준인 월 6만개 규모로 설비증설을 추진중이며 마쓰시타도 올해안으로 중국 상하이에 진출, 한국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한국업체도 월드컵을 기점으로 PDP시장이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보고 생산수율 개선과 설비증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구미공장에 1개 라인을 추가, 생산능력면에서 일본 FHP에 바싹 다가섰다. 삼성도 PDP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전문업체인 UPD도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주목받고 있다.

 ◇OELD=시장진입 단계인 LCD·PDP와 달리 OELD 분야에선 한일간의 연구개발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로선 휴대폰용을 시작으로 이미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어니어를 대표선수로 하는 일본의 강세. 심지어 국내 LG전자도 최근 파이어니어산 OELD를 적용한 이동전화단말기를 출시했다. 소니도 미국의 OELD 원천기술업체인 UDC와 공동으로 10.2인치 및 13인치 OELD를 개발했으며 샤프도 대면적 OELD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OELD가 수동형(PM)을 중심으로 서서히 상용화 단계로 접어듦에 따라 삼성SDI,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LCD, 오리온전기, 현대LCD 등 국내업체들이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등 일본 따라잡기에 나섰다. 특히 삼성SDI와 일본 NEC의 합작사인 ‘SNMD’는 하반기께 이동전화단말기용 풀컬러 OELD를 양산한다는 계획. 또 네스디스플레이 등 벤처기업들도 이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결국 OELD 분야에서 한일간의 승부는 능동형(AM)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즉 대면적화에 한계를 안고 있는 PM형 OELD보다는 궁극적으로 모니터·TV용 등으로 적용될 AM OELD가 FPD 시장의 최대 격전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OELD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많다”면서 “한일간의 LCD전쟁이 ‘STN’에서 시작, ‘TFT’에서 승부가 갈렸듯이 OELD도 PM으로 시작, AM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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