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이상근 넥스소프트 사장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사진> 이상근 넥스소프트 사장은 지난해 토종 표계산 프로그램인 넥셀을 선보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이 일반명사로 굳어진 스프레드시트 시장에 기술력 하나로 도전장을 내밀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남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지 않으면 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이 무너진다는 위기감 하나만으로도 동기는 충분했습니다.”

 지난해 토종 표계산 프로그램(스프레드시트)인 넥셀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넥스소프트의 이상근 사장(40)이 지금도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왜 넥셀에 모든 것을 걸었는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이 스프레드시트의 일반명사로 굳어진 시장에서 설립된 지 채 3년이 안된 회사가 오직 기술력만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은 이 사장도 모를 리 없다. 삼성전자에서 13년간 근무하면서 훈민정음 개발에 쏟은 열정이나 제대로 된 국산 소프트웨어 하나 만들어보자는 뚝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거는 기대와 욕심은 끈질기다 못해 지독할 정도다. 88년 삼성전자 수원 종합연구소에서 데스크톱퍼블리싱(DTP) SW부문에 참여하면서 잉태된 SW개발에 대한 애정은 훈민정음 개발 및 영업총괄팀장을 끝으로 삼성전자를 떠날 때까지 그의 이력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7년간 몸담았던 훈민정음팀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훈민정음의 핵심코드를 이 사장만큼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한다.

 넥스소프트의 설립과 넥셀의 개발도 직접 훈민정음의 산파 역할을 했던 이 사장의 고집에서 비롯됐다. 2000년 삼성전자가 훈민정음팀 분사 방침을 철회하고 함께 일했던 엔지니어들이 하루에도 줄줄이 사직서를 들고 그를 찾아왔다.

 이 사장은 훈민정음 개발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과거 10여년간 쌓아온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비즈니스 모델로서는 실패한 훈민정음이지만 무형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값을 매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윗사람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훈민정음 개발팀 출신 14명으로 이루어진 넥스소프트가 설립됐다. 설립 초기 무선인터넷분야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을 검토했지만 워드프로세서 개발경험이 있는 이 사장은 표계산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하반기 한글과컴퓨터와의 제휴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결과 이미 중국의 대표 오피스 프로그램에 번들 공급되는 계약이 추진중이며 국내 대형 사이트 확보도 눈앞에 다가왔다.

 단시일내에 이름이 알려진 까닭일까. 최근 IT전문지가 아닌 여성잡지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이지만 요즘도 신제품 개발이나 넥셀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못이루는 날이 많다.

 “넥스소프트를 설립하면서 딱 10년만 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제 2년이 좀 지났으니 8년이 남은 셈이죠.”

 넥셀에 이어 올해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 웹워드 등을 잇따라 출시하기 위해 밤낮을 잊은 그에게는 8년이란 시간이 결코 길지만은 않을 것 같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