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학번들 사이버 세상을 `접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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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 온라인게임 등 요즘 잘나가는 인터넷기업의 CEO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86학번이라는 것. 올 1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올린 NHN 이해진 사장과 김범수 사장, 다음 이재웅 사장은 모두 86학번 공학도 출신이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넥슨 창업주였던 모바일핸즈의 김정주 사장, 인터넷 폴더서비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래텍의 배인식 사장, 라이코스 사장 출신의 SK커뮤니케이션즈 가종현 부사장 역시 86학번으로 대학시절을 보냈다.

 NHN 이해진 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김범수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으로 같은 시대를 살았다. 나이는 김 사장이 한 살 많지만 동시대인이라는 점과 92년 삼성SDS 입사동기라는 점이 소중한 인연이 돼 서로 다독거리며 NHN을 이끌고 있다. 다음 이재웅 사장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연세대 전산학과 86학번. 95년 창업 당시 서지현 사장이 이끌고 있던 버추얼텍(당시 버추얼아이오시스템)과 공동으로 인트라웍스라는 인트라넷SW를 내놓은 것이 사업의 시초였지만 8년 만에 한국형 포털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주역으로 손꼽힌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과 모바일핸즈 김정주 사장은 각각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다. 9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엔씨소프트 경영에만 한우물을 파온 김택진 사장에 비해 김정주 사장은 94년 넥슨을 설립한 이후 99년에는 엠플레이, 2001년에는 모바일핸즈 등 3개 기업을 창업하면서 자유롭고도 게임 마니아적인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팝데스크로 지난해 매출 134억원을 기록하며 가장 잘 나가는 인터넷 기업중 하나로 꼽히는 그래텍 배인식 사장도 86학번이다. 국민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배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게임SW 등 신규사업을 기획하다 지오인터렉티브 김병기 사장과 공동으로 지오를 창업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래텍의 올해 매출목표는 320억원으로 웬만한 종합 인터넷 포털의 실적을 넘어선다.

 이밖에 라이코스코리아를 이끌었던 가종현 SK커뮤니케이션 부사장도 연세대 경영학과 86학번이며 인젠 임병동 사장, 아사달인터넷 서창녕 사장 등도 서울대 86학번이다.

 이처럼 86학번 CEO들이 인터넷 업계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개인용 PC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나 90∼91년 각 대학교에 PC가 보급된 시기를 감안하면 PC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던 최고령 학번이 86학번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그래텍 배인식 사장은 “아마도 86학번이 개인용 PC를 접해본 최초의 학번일 것”이라며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