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기 맞은 부품·소재 산업](1)40년 악순환이 끊긴다

대일 무역적자 해소 물꼬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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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부품소재 산업이 변하고 있다. 그간 완성품 위주로 대한투자를 진행해 온 일본이 ‘돈보따리’를 싸들고 현해탄을 건너오고 있다. 중국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자본 유입과 대중국 수출 활기는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아우르는 동북아 부품소재 공급기지로서의 가능성을 밝혀주고 있다. 새로운 전기를 맞은 부품소재분야를 긴급 조명한다.

 

 (1)40년의 악순환이 끊기고 있다

 (2)고부가화 급진전된다

 (3)핵심기술 개발 속도 붙는다 

 (4)규모의 경제 숙원 이룬다

 (5)정부·지자체도 나섰다

 (6)중소기업이 문제다

 

 “일본 회사는 전통적으로 해외 공장 건설시 검토단계에서 설립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일사천리로 진행했습니다.”

 최근 평택에 LCD용 소재 공장을 건설한 일본 테크노화인사의 우에노 준 사장은 지난해 한국 진출 계획을 세운후 바로 경기도측과 구체적인 협의를 끝냈으며 올해 공장 설립과 동시에 가동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 진출이 절박했다는 얘기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물론 LCD·PDP 등 디스플레이 산업은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부품소재 업체가 한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일본업체들조차 2005년 이후엔 일본 보다 한국서 생산 비중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산자부에 따르면 올 3분기 제조업 외국인 직접투자한 14억6100만달러 가운데 80%(약 12억달러)가 일본 기업이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스미토모화학·JSR·NEG·교신·미쓰이케미컬 등 일본이 자랑하는 유수업체들이 해마다 20% 이상 큰 폭으로 성장하는 LCD·PDP 등 한국의 디스플레이 시장을 노리고 올 들어서만 약 2조원 단위의 투자를 진행했거나 투자 의향서를 채결했다. 또 기술유출을 매우 꺼리던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이 기술 제휴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산업에서 부품소재 산업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46%, 종사자의 41%(2001년기준)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규모도 2001년 620억달러, 지난해 678억달러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부품소재 수출은 연 평균 11.3% 증가, 전체 수출 증가율(7.7%)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시장은 한국 부품소재 산업에 위기이자 곧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진출기업 10곳중 4곳이 원부자재를 국내에서 조달, 대중국 부품소재수출이 올들어 9월까지 60%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기타 품목 평균 증가율인 37%를 훨씬 상회했다.

 부품소재의 이같은 위상 변화는 40년간 변함없던 대일무역 적자 해소의 물꼬를 트는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가전 등 우리 주력품을 수출할수록 수입 의존도가 커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일본 간판 기업의 유입과 중국수출 확대는 한국 부품소재 산업이 향후 나가야 할 바를 보여주고 있다”며 “일본의 선진 기술을 한국에서 배워 고부가 산업의 기틀을 유지하고 그 부품소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산업구조로 변하는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