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은 계속된다](10)동물용 RFID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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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구처럼 지내온 애완견이 어느날 돌아오지 않을 때 주인이 겪는 슬픔이란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에 못지않다. 동네 곳곳에 개의 사진이 박힌 전단을 뿌린다. 우리 귀여운 ‘쫑’을 찾아주는 분께 수백만원의 보상금을 드리겠다는 등 온갖 수소문을 해본다. 하지만 개가 스스로 집에 돌아오지 않는한 대부분 그대로 이별이다. 누군가 길잃은 개를 보호하더라도 말 못하는 동물에게서 본래 주인이 누군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대표적인 유비쿼터스 기술의 하나인 RFID를 살아있는 동물의 몸 속에 넣는 사례가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개,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뿐만 아니라 덩치 큰 가축과 물고기에도 명실공히 유비쿼터스 환경이 국내서도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애견연맹은 약 2년전부터 애완견을 잃어버리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동호인을 대상으로 동물 체내용 RFID칩을 보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5000마리 이상의 ‘견공’들이 고유번호를 부여받았다. 인터넷 애견사이트에선 고유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개주인을 찾아주는 온라인 검색시스템도 차곡차곡 갖춰지고 있다. 간혹 주사바늘로 개의 피부 밑에 RFID칩을 삽입하는 과정 자체를 꺼리는 동물애호가도 있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개주인이 강아지의 혈통을 입증하고 분실시 주인을 쉽게 찾는다는 점에서 RFID칩 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자신이 키우는 애완동물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픈 사람은 가까운 애완동물샵이나 동물병원에 가서 건당 2∼3만원만 주면 RFID칩을 시술할 수 있다. 혹시라도 강아지가 아파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물용 RFID칩은 길이 1cm, 직경 0.2cm의 바늘조각 크기에 불과하며 애완동물의 두터운 피하지방에 전용주사기로 콕 찌르는 것으로 수술과정은 끝이다. 요즘에는 주사기도 없이 그냥 손가락으로 쑥 밀어넣는 캡슐형태의 동물용 RFID칩도 나왔다. 일단 동물의 체내에 들어간 캡슐외피는 3시간 이내에 흡수되고 RFID칩만 남게 된다. 몸 속에 들어간 RFID칩은 수십년 이상 반영구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며 외피가 바이오글래스로 감싸져 있어 생체조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 충무로에 밀집한 애견센터를 찾아가 칩이 내장된 한 강아지에 RFID 리더기를 한번 갖다 대봤다. 리더기의 액정화면에 즉시 개의 고유번호 「xbkh-138829」가 뜬다. 인터넷 애견사이트에 고유번호를 쳐넣으니 「 품종: 요크셔 테리어. 나이: 37개월.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방배 2동 △△번지. 주인: 강 모씨. 전화번호 011-759-.....」 생각보다 훨씬 상세하게 저장된 개의 신상정보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강아지는 사람으로 치자면 주민등록번호와 뚜렷한 족보가 있는 셈이다. 잃어버린 개를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나중에 강아지를 거래하거나 번식을 시킬 때도 이보다 더 확실한 ‘신원보증’은 없다. 또 진도개,풍산개,삽살개 등 국내 토종견의 혈통보존에도 RFID칩은 더 없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애완동물 체내에 주입된 RFID칩 정보를 읽어 인터넷상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결,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주인과 실시간 연결해 주는 시스템(www.infoPET.info)이 현재 가동 중이다. 보험회사 인슈탑은 RFID 시스템을 이용해 애완동물을 위한 신종 보험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경주마 관리를 위해 꽤 오래전부터 RFID기술을 도입했다. 연평균 2000마리에 달하는 경주마의 목덜미에 RFID칩을 삽입함으로써 경기 직전에 마필의 개체확인과 건강기록, 도핑검사, 경주기록 등을 체크하는 과정이 완전자동화된 것이다. 덕분에 경주마 관리를 둘러싼 부정의혹을 말끔히 씻은 것은 물론 체계적인 마필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정부산하 수산연구소에서도 과학적인 양식기법을 적용하기 위해 어패류에도 RFID칩을 삽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제주도의 수산자원연구소는 철갑상어, 다금바리 등 값비싼 어종관리를 위해 RFID칩을 사용(사진)하고 있다. 특히 최고급 요리인 캐비어 생산에 사용되는 철갑상어는 RFID를 적용한 전산관리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생존률이 크게 높아져 어민들의 소득향상이 기대된다.

이젠 물고기도 주민등록증 같은 고유번호를 부여받고 정보네크워크에 들어오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다가온 것이다. 동물용 RFID는 또한 축산진흥원과 에버랜드 동물원, 삼성안내견 학교, 생명공학연구에 사용되는 실험용 생쥐농장에도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여기다 최근 조류독감과 구재역, 광우병 파동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축산업계도 체계적 가축관리에 필수적인 동물용 RFID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축산농가들은 소, 돼지에 귀표(ear-tag)나 달면 됐지 무슨 마이크로칩까지 박느냐고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막상 조류독감과 돼지 구재역이 발생한 이후 발병지와 가축들의 이동경로를 주먹구구식으로 찾느라 곤역을 치르고 난 뒤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다. 올들어 농림부산하 가축연구기관은 육류생산의 안전성을 높이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축산농가에 RFID칩을 대량으로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국민들이 매일 먹는 육고기가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든 제품인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세상이 다가온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첨단과학문명을 향유하면서도 인간과 가까운 애완동물이나 가축에 대해서 그 혜택을 나눠주는데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유비쿼터스 세상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도 자유로이 정보를 주고 받는다. 따라서 동물이라고 해서 유비쿼터스 기술의 혜택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동물들에게 고유한 식별체계를 부여하는 것은 유비쿼터스 세상에서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시장현황

동물 체내용 RFID는 20년 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보호를 위해서 처음 등장했다. 희귀동물의 혈통을 보존하고 정확한 개체관리를 위해서는 낙인, 문신, 귀표 보다 훨씬 정교한 동물식별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물용 RFID칩은 전세계 300여 동물원과 아프리카 자연보호구역의 희귀동물에 광범위하게 보급됐다. 뒤이어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과 생명공학, 수산업, 축산업 분야에도 확산되면서 지난해는 500만개의 RFID칩이 보급됐다. 여기다 광우병 파동까지 겹침에 따라 오는 2007년에는 연간 1000만개 이상의 동물용 RFID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동물용 RFID칩 시장에서 EIE코리아(http://www.EIE-KOREA.com)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990년 동물용 RFID특허를 보유한 독일 트로반(TROVAN)의 한국지사로 출범한 이래 국내 동물관련 RFID시장을 80% 이상을 점유해왔다. 사업초기에는 사회적 인식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구재역과 조류독감 파동을 거치면서 시장상황이 호전돼 올해는 최소 2만개 이상 RFID판매를 낙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용 RFID는 사실상 인간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란 점에서 시장전망을 더욱 낙관하고 있다. 미국에선 9.11 이후 위험한 업무에 투입되는 사람이나 치매노인의 신원확인을 위해 RFID칩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미 플로리다 주의 ADS사는 손목, 겨드랑이에 마이크로칩을 집어 넣는 수술을 건당 50달러에 제공하는데 벌써 4000명이 예약을 해둔 상황이다.

■인터뷰: 박정시 EIE코리아 사장

EIE코리아의 박성시 사장은 우리나라 동물용 RFID 보급에 선구자다. 지난 1991년 한국마사회의 경주마 2000마리에 RFID칩을 국내최초로 적용한 이후 국내에 보급된 각종 동물용 RFID의 80%는 박사장이 손수 담당해왔다. 그동안 애완견과 고양이, 한우, 돼지, 말, 타조, 심지어 광어나 철갑상어 같은 어류까지 10만마리의 각종 동물들이 그의 손을 거쳐 주민등록증 같은 고유번호를 부여받았다.

“동물들이 우리 인간과 조화롭게 살기 위해선 각 개체마다 고유한 이름,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증 같은 식별체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생체용 RFID는 바로 이같은 목적에 가장 적합한 기술입니다.”

박사장이 취급하는 동물용 RFID칩은 독일의 벤츠그룹 계열사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체내에서 수십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신뢰성과 위조가 안되는 보안성이 장점이다. 척박한 국내시장을 거의 혼자 개척해온 그는 요즘 전국의 축산농가에 RFID를 납품하려는 야무진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축산업도 생산에서 유통단계까지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에 공급해야만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동물용 RFID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미국과 호주, 아르헨티나 등 세계적인 낙농국들은 최근 광우병, 브루셀라병 파동을 계기로 앞다퉈 동물용 RFID를 보급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상황판단이 안이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박사장은 동물에게 고유한 이름을 붙여주는 RFID기술이야말로 한국농업의 경쟁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