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보호 대행업체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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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선처해주세요.’

한 저작권보호 대행업체의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대부분의 글에는 이와 비슷한 제목이 적혀 있다. P2P나 웹하드 등에서 음악을 공유하다가 경고 쪽지를 받고 놀란 네티즌들의 눈물섞인 호소다. 최근 저작권 보호 전문 업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저작권 보호 전문 업체들은 모두 ‘저작권 보호’라는 확실한 명분이 있지만 이들 중 일부는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무리한 법적 대응을 펼쳐 ‘넷파라치’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활동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지적한다.

◇효과 있나=평소 P2P에서 영화와 음악을 공유해온 김모씨(28)는 더 이상 P2P 활동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신도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네티즌들이 과거에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저작물 공유 행위를 돌아보게 된 것은 분명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이 ‘재수없으면 걸려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인식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수백 기가바이트에 이르는 자료를 보유하고 이를 공유해 많은 수익을 올리는 소위 ‘꾼’들은 공유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파일 이름을 바꾸고 남의 이름으로 가입하거나 서버를 다른 곳에 두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단속망에는 피라미 격인 일반 네티즌들이 걸려들기가 쉽다.

 한 네티즌은 “100만원 훔치면 처벌하고 1만원 훔치면 봐달라는 말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어차피 모든 네티즌을 다 잡아들일 수 없다면 심각한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발심리를 막아라=권리자들은 사회적인 저작권 보호 분위기 확산에 기뻐하면서도 자칫 네티즌에게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으로 몰리는 것을 우려해 ‘명분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작권보호 대행업체 노프리(http://www.nofree.co.kr)는 ‘충분한 경고’와 ‘상습자 위주 단속’을 대원칙으로 거듭 천명했다. 쪽지 등을 통해 충분히 경고를 하고 단순 공유자가 선처를 바라면 법적 대응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프리는 100여개 인터넷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면서 축적한 데이터로 상습성 여부를 가려내고 있다.

 김영기 노프리 법무팀장은 “하루 수십 통의 문의전화가 오는데 대부분 단순 공유자들의 전화이므로 주의만 주는 경우도 많다”며 “과거 고소를 안 하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요구해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는 스스로 명분을 잃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핵심= 저작권보호 대행 업체를 통한 강력한 법적 대응보다 적절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권리자들은 현행 저작권법상 웹하드나 P2P 서비스를 운영중인 인터넷서비스 업체를 직접 저작권 침해로 고소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네티즌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비스 업체를 저작권 침해 방조혐의로 고소하더라도 직접 침해행위에 가담한 네티즌들을 함께 고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음악권리자 모임의 한 관계자는 “누가 봐도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는게 확실한 인터넷 업체에 대해서는 직접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만 저작권도 보호하고 일반 네티즌들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