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고구려

 기원 전 37년 주몽이 부여족의 한 갈래를 이끌고 압록강 지류인 동가강 유역에 세운 고구려. 서기 668년 나당연합군에 패망할 때까지 700여년 동안 고구려는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했다. 남으로는 한강 이남의 금강일대, 북으로는 중국의 요동반도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수차례 중국 제국을 무릎 꿇렸다. 고구려는 또 북방민족과 유목문화 등 이질적인 요소를 끌어 안아 당시 최고의 글로벌 국가로 우뚝 섰다. 우리 민족이 세계의 중심이 돼 동북아시아를 호령했던 고구려 시대는 5000년 우리 역사상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시간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이 동북공정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요즘 문화콘텐츠 업계에 고구려 열풍이 한창이다. 고구려를 소재로 하는 사극은 안방 극장을 이미 점령했다. 고구려 건국 시조를 다룬 MBC의 월화사극 ‘주몽’이 40% 안팎의 시청률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SBS의 ‘연개소문’도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는 9월에는 KBS1 TV가 고구려의 후예인 발해의 건국 이야기를 다룬 ‘대조영’을 방영할 예정이며,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그린 욘사마 배용준 주연의 ‘태왕사신기’도 한창 제작중이다.

 고구려 열풍은 TV사극에 그치지 않는다.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형 서점마다 고구려 관련 역사소설 코너까지 설치, 독자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모바일게임업체 엔플레이는 고구려 건국신화와 역사를 근간으로 게임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모바일 롤플레잉게임 ‘고구려영웅전­-주몽편’을 개발, 모티즌 공략에 나섰다.

 기업들도 고구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삼족오(세발 달린 까마귀)가 주목받으면서 도메인·호스팅전문기업 아사달은 삼족오에 대한 상표권 및 의장등록을 취득해 자사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고구려를 단지 콘텐츠 소재 또는 마케팅 도구로만 활용하는 데 그치지 말고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구려 벽화처럼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 ‘CT코리아’의 위상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지털문화부·김종윤차장@전자신문, j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