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정청 설립 또 해 넘기나

 우정청 연내 설립이 또 무산됐다.

 얼마 전 당정협의에서 마무리되는 듯했던 우정청 설립은 이제 사실상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당정은 지난 12일 당정협의를 통해 우정청 승격, 주택본부 설치,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 기능 통합 등 일부 조직개편 내용을 이번 회기 내 처리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20일 우정청 설립은 없던 일이 됐다. 내년 상반기 이후로 설립이 미뤄졌다는 게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 측 설명이다. 정무직 순증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의식해 아예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는 것이다.

 불과 1주일여 만이다. 지난 1994년부터 10여년 넘게 계속해온 우정청 설립 논의가 10일도 채 안 돼 없던 일로 정리됐다. 대통령이 연초 외청화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연기됐다. 내년 상반기에 설립된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가면 우정청 설립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눈여겨볼 것은 건교부 내 차관급인 주택본부의 설립이다. 작금의 주택 문제는 분명 심각하고 중요하다.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중인 사안이다. 이에 비해 우정청 설립은 10여년을 끌어오면서 어느 정도 부처 내외의 합의를 끌어낸 상황이다.

 야당 일각에서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택 문제는 정부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일관성 있는 정책과 수행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 야당의 시각이다. 내용의 문제이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런데도 굳이 주택본부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한다.

 배경을 의심해볼 만하다. 주택본부 설립이 표심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소리다. 다음달 시작되는 재보선과 내년 대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만일 정부 조직의 변화가 벌써부터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정통부 역시 통·방융합기구 출범을 놓고 저울질한 것이라면 같은 이유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조령모개’라고 했던가. 정책의 우선순위는 분명 그에 따른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이렇듯 정부 방침이 변화무쌍하다면 누가 정부·여당에 신뢰를 보내겠는가. 정무직 순증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처음부터 의식했다면 우정청 설립은 아예 없던 일로 하는 게 맞다. IT산업부·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