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화 `중천`과 두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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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저녁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복합영화상영관)에서 몇몇 출입 기자와 함께 국산영화 ‘중천’을 관람한다. 공무에 바쁜 장관이, 그것도 눈코 뜰 새 없을 연말에 굳이 영화 개봉일에 맞춰 달려가는 이유는 뭘까.

 영화(감독 조동오, 제작 나비픽처스)는 죽은 영혼들이 49일 동안 머문다는 중천을 배경으로 하는 무협 판타지. 인기배우 정우성과 김태희가 뼈에 사무치는 사랑 이야기에다, 제작비만도 100억원을 넘겼단다. 이런 배경에 미루어 짐작건대, ‘가슴 저미는 멜로에 눈을 사로잡을 액션’으로 무장한 채 무협영화가 크게 성공한 적이 없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픈 욕심도 엿보인다.

 장관이라고 해서 무협영화를 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기자와 함께 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잠깐, 그런데 문화관광부 장관이 아닌 정통부 장관이라고?

 노준형 장관이 ‘중천’을 보러 가는 공식적인(?) 이유는 컴퓨터그래픽(CG) 때문이다. 유관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300억원을 들여 개발한 ‘디지털 액터’ 기술을 12개 CG업체(컨소시엄)와 함께 영화에 녹여낸 성과를 몸소 홍보하려는 것.

 그런데 영화에서 CG가 자치하는 정도가 예사롭지 않다. 1900여컷(장면) 가운데 750개가 CG라고 한다. 사람들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되새길 때 스칼렛(비비안 리)과 레트(클라크 게이블)의 키스 장면이나 대사(Tomorrow is another day)를 가장 강렬하게 기억할 정도인데, 750여 CG 컷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다. 주연배우 정우성이 오죽했으면 “CG에 대한 찬사뿐이고 배우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더라”고 투덜댔을까. 그 자신도 CG와 실사(實寫)를 합성해 탄생한 ‘귀신(원귀병) 3만명과 홀로 싸우는 장면’에 반했단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질문 몇 가지! 김명곤 문화부 장관의 지론처럼 창의성이 ‘중천’의 기둥인가, 아니면 CG인가. 또 문화부 주장처럼 하나의 독임제 부처에 콘텐츠 진흥업무를 모두 맡겨야 하는가, 아니면 CG 등에 전문성을 가진 부처와 나눠 맡기는 게 좋은가. 이은용기자·정책팀@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