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내 반도체 IP 거래의 활성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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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국내 반도체 IP 거래의 활성화 방안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강국, 그러나 그 화려함 속에는 초라한 그늘이 존재한다. 세계 반도체산업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분야가 그것이다. 2006년 정부 자료에 따르면 비메모리 집적회로인 IT SoC(System on Chip) 분야 경쟁력은 미국의 84.1%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됐다. 시스템반도체산업의 체계적 육성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절실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시스템반도체산업 발전의 핵심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국내 반도체 IP(Intellectual Property)의 개발과 확산을 빠뜨릴 수 없다. 반도체 IP 활용은 SoC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이런 과정을 통한 개발 시간의 절감은 누가 가장 빨리 상용화 제품 공급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누가 시장을 선도하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IP는 간단히 말해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을 의미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를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 시 독립적인 기능을 갖고 재이용할 수 있는 기능블록(반도체설계모듈)’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즉 IP란 반도체의 로직 회로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상태로 정리한 블록을 말한다.

 IP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점차 반도체 설계 집적도를 설계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SoC 개발자가 모든 기술을 개발해 시장이 만족하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시스템 집적도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매년 58%가량 증가하는 데 비해 설계능력은 반도체자동설계(EDA) 툴의 획기적인 향상에도 불구하고 약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3배가량 차이가 나는 디자인 갭(생산성 격차)을 업계에서는 IP 사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기술적 동향에 대응해 핵심 IP 개발 및 IP 데이터베이스 구축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반도체 IP의 활용은 여전히 낮은 수준임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핵심 IP가 없어 국내 파운드리를 이용하지 못하고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국내 팹리스 업체가 많고 앞으로 나노 공정을 이용하는 경우 이러한 문제는 더 심각해지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현재의 반도체 IP 활성화 노력에 부가해 좀 더 고민해야 할 사항은 검증에 대한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을 통한 국산 IP 신뢰 획득과 IP 재가공 및 재설계의 현실적인 문제다.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핵심 IP를 적극 발굴해 개발하고, 핵심 IP가 개발된 경우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을 통해 철저히 검증하고 신뢰성을 공인화하는 과정이 적극적으로 선행돼야만 해당 IP를 이용한 제품 설계와 시제품 제작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제품 제작과 상용화에 성공한 IP는 그 검증 사실을 널리 알려 이를 활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IP를 일종의 ‘토종 스타 IP’로 만들어 토종 IP를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신뢰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반도체 IP는 원형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보다는 원하는 SoC 설계 과정에서 가공이나 변형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따라서 IP를 구입한 후 이를 가공해야 하는 구매자는 다른 개발자가 설계해놓은 IP의 구조를 이해하고 수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돼 결과적으로 SoC 개발이 늦어지게 된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IP 개발자가 수요에 맞게 재가공하는 것이겠지만 국내 업체는 기술인력이 충분치 않아 이런 문제가 IP 거래의 큰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IP 개발 초기부터 표준화를 통해 확장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이 필요한 IP의 경우 전문인력을 IP센터에 두고 수요에 맞춰 재설계를 하거나 국내 대학의 석박사 과정에 있는 인력을 IP 재가공 및 재설계에 활용하면 된다. 반도체IP 지원센터가 국내 대학과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구성해 국내 대학의 우수한 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다면 기존 전략과 차별화된 그리고 수요지향적 IP 지원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전종학 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jjh@howid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