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은 대기업과 포털의 무덤

 국내 유통 시장에서 가장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는 e마켓플레이스(이하 오픈마켓)가 대기업과 포털의 무덤이 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 최대업체인 옥션과 G마켓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래액과 매출, 영업이익 등에서 성장이 점쳐지는 가운데 대기업인 CJ그룹(자회사 엠플), GS그룹(자회사 GS홈쇼핑내 GS이스토어)과 포털 다음(관계사 디앤샵의 다음온켓) 등 3위 주자는 외형 성장을 포기하거나 내부 재정비에 나서는 등 사실상 3강 발돋음이 힘든 상황이다. 특히 오픈마켓시장의 잠재적 최대 경쟁자로 여겨진 NHN은 ‘오픈마켓진출은 없다’며 공식 입장을 밝히는 등 오픈마켓시장이 대기업과 대형포털이 넘기 힘든 벽으로 다가서는 현실이다.

 ◇2대 산(山)을 넘기는 불가능=옥션과 G마켓은 지난해 거래액에서 둘 다 2조2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621억원·241억원(옥션), 1541억원·142억원(G마켓)으로 흑자 경영을 굳혔다. 올해도 G마켓이 거래액 3조1000억∼3조5000억원 목표를 내세우는 등 2강의 행보는 거침없다.3위권 3사은 여전히 힘든 나날이다.

 CJ의 엠플은 올해 8000억원 거래액을 달성해 3강 진입을 내세우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지난해 엠플의 성적표는 매출 34억원에 208억원 순손실로 전해졌다. 올해 3월 200억원 유상증자로 수혈을 했다. 3강 진입 특명을 짊어지고 COO로서 실무를 총괄해온 김정준 본부장은 이달 1일자로 퇴사했다.

 GS의 GS이스토어는 사업 전략을 외형 확대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바꿨다. 100억원 가까웠던 지난해의 영업손실은 올해 절반으로 줄겠지만 3강의 조건인 ‘거래액 1조원’은 잠정 포기한 셈이다.

다음의 다음온켓도 마찬가지로, 외형 성장은 포기하고 수익성 추구로 전략을 변경했다.

◇NHN, ‘오픈마켓 진출없다’=그간 오픈마켓 시장의 잠재적인 최강 경쟁자로 꼽아온 NHN은 전자상거래 진출 가능성을 일축했다. NHN의 네이버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박상순 NBO(Naver Business Officer)는 “전자상거래를 잘 알기 때문에 얼마나 어려운 비즈니스인지도 안다”며 “G마켓이 거래규모는 2∼3조원이라지만 매출은 1000억원대인데 우리로선 진출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2월 옥션에서 영입된 임원으로, 옥션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6년간 전체 마케팅을 총괄한 인물이다. 오픈마켓 비즈니스모델을 일군 주인공인만큼 그의 NHN행을 두고 업계에선 네이버가 오픈마켓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추측해왔다.

박 NBO는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할 의사가 없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3강의 한 축은=업계에선 향후 2∼5년새 시장이 3강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게 정론이다. 관심은 누가 옥션과 G마켓에 이은 3강에 오를지다.

 네이버를 통해 G마켓이나 옥션으로 유입되는 방문자수를 좌우하는 힘이 있는 NHN은 일단 진출 의사가 없어 제외다. 3위권 3사도 현재로선 거래액 1조를 달성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옥션의 관계자는 “몸집 키우기보다는 콘텐츠나 시스템, 신뢰도 등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놔야 3강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군이 아닐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의 시행착오를 대리 체험한 새로운 대기업이 진입해 3강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