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벼랑 끝에 선 SW개발자](중)악순환 고리가 이어진다

 정부는 2010년까지 국내 SW분야에서 5000명 이상의 고급 개발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SW공학, 운용체계(OS) 등 SW기반 기술이 되는 분야를 연구·개발하는 교육에 투자가 미흡, 장기적으로 고급SW 개발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고급 개발인력 확보는 요원하다는 게 일선 개발자들의 시선이다.

 사기가 떨어진 SW개발인력의 잦은 이직과 개발 분야에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할 대학생들은 개발직 기피 속에서 고급개발자 양성은 그저 헛구호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개발자를 단순한 도구 이상으로 보지 않는 업체들의 마인드는 ‘고급개발자 기근’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개발직 미래 없어=현직의 개발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과 미래는 한마디로 암담하다.

 윤성훈 PHP스쿨 차장은 “짧은 프로젝트 기간에 발 동동 굴러가면서 찍어내듯이 코딩하는 게 일과의 대부분인데 일정 못 맞추는 자신이 무능하거나 죄를 짓는 느낌”이라며 “이 같은 개발자 생활 오래한 끝에 남는 것은 축난 몸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개발자 송 모씨는 “개발자라기보다는 일종의 도구 취급을 받는 현실에 가장 큰 어려움을 느낀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한데 일만 하다보면 내가 뒤쳐진다는 압박도 크다”고 말했다.

 개발직에 종사하는 개발자들의 공통적인 감정들이다. 국내 한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는 매일 이 같은 하소연이 줄을 잇고 이를 수천명의 개발자가 여기에 공감한다.

 SW개발자가 SW산업의 중심에 선 것처럼 말들은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 도구 이상의 처우도 받지 못한다. 여기에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의 기회조차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직밖에 없다.

 ◇싼 인력 없소?=개발자를 고용하는 업체들은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보다는 수익 창출이 더 큰 관심이다.

 때문에 고급개발자든 초급개발자든 프로젝트 수주와 수행에 용이한 인력을 가리지 않고 쓴다. 또 갑을병정 식의 하청으로 내려져가는 프로젝트 금액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도 개발자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개발력이 없는 업체는 개발능력을 가진 업체를 찾아 용역을 의뢰하지만 이 역시 하청에 하청 격으로 결국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을 줄인다.

 여기에 프로젝트 발주 측은 비용을 아끼려 더 낮은 금액으로 프로젝트를 발주하기 일쑤다.

 따라서 이를 수주한 업체는 고급개발자를 투입하지 못하고 초급인력 중심으로 인력을 구성하는 일이 다반사다.

 SW업체들은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SW를 인도나 중국에서 사와서 국내에서 커스터마이징 해서 파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에 개발자는 말 그대로 개발인 아닌 커스터마이징 인력으로 사용되는 꼴이다.

 ◇개발자 외면하는 대학생=이를 바라보며 SW개발세계에 뛰어들려는 대학생들은 심각하다. 여가시간이 너무 없고 야근이 당연시된 업계 분위기를 보고 애초에 발을 들이지 말라는 선배들의 충고를 무시하기가 힘들다.

 한 대학생은 “SW 개발은 노가다라는 인식이 만연한 느낌”이라며 “여기에 업무 시간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으며 개발직에 뛰어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직난 때문에 단순 취업의 목적으로 개발에 뛰어 드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이 1년, 2년 잦은 야근으로 지쳐가니 개발을 포기하고 떠나 버린다.

 개발인력을 배출해야 할 대학에서도 SW가 사라진지 오래다. 학생들을 교육할 교육시스템이 없고 2년만 지나도 교육내용이 완전히 바뀌는 SW에 대해 실습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다 집대성된 책 한 권 없다.

 윤태권 SW기술진흥협회 국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고급 SW개발자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이런식이라면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고 조만간 중국 등 외국 출신 개발자들이 국내 SW산업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대원·문보경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