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먹거리는 금융, 제조, I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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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그동안 논의만 무성하던 정부조직 개편안을 당선인에게 보고했다. 18개 부를 12∼15개 부로 대폭 축소하고 부총리를 모두 없앤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결과는 당선인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렸지만 골자는 부처간 견제와 집중이다.

 교육부 해체와 재정과 금융의 분리는 규제와 진흥 정책간 균형과 견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인수위의 구상에 따르면 양면의 칼날인 재정과 금융을 한 손에 주무르던 재정경제부는 기획예산처와 국무조정실의 조정 기능을 이양받아 "기획재정부"로 개편, 예산과 기획을 전담한다. 대신 금융기능은 금감위가 넘겨받아 금융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교육부도 규제 기능이 사실상 폐지되고 진흥 기능도 시도교육위원회로 이관된다. 정통부 역시 규제기능인 통신위원회와 IT산업진흥기능도 분리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은 통폐합의 상징이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추세에 따라 유사·중복기능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양쪽 규제기관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기초R&D및 인재양성 기능은 교육과학부로 통합된다.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의 기술및 산업 진흥기능도 경제산업부로 재편된다. 문화관광부는 국정홍보처의 해외홍보 기능과 정통부 일부 기능과 합쳐져 문화관광홍보부로 바뀐다.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면서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정부조직의 통폐합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인수위 구상에는 IT진흥기능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나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쉽다. 일부 기능은 경제산업부로, 또 다른 일부는 문화관광홍보부로 분산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정통부의 IT진흥 기능 일부를 흡수해가는 문화관광홍보부의 역할이나 성격이 균형과 견제의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순수 문화 육성과 문화산업 진흥이 합쳐져 있다.

 과거 박정희의 개발시대엔 경제기획과 과학기술개발이 양대 동력이었다. 경제개발을 위해선 해외 원조자금을 끌어다 쓸 기획이 필요했고 공업화에 필요한 기술개발이 발등의 불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발시대가 아니라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다. 금융·서비스업에선 미국에, 제조업에선 일본과 중국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다.

 이명박 정부에 갈망하는 변화의 골자는 한마디로 먹거리다. 사회 초년생들은 스스로를 88만원 세대라며 비하한다. 30-40대는 언제 직장에서 해고당할지 전전긍긍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은퇴생활자와 노령자들은 생활고 걱정이 태산이다. 청년층은 장년층이 빨리 떠나야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며 볼멘소리다. 노령층은 아직도 팔팔한데 쫓아낸다고 원망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수출형 제조업과 내수형 서비스업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제조와 서비스 발전을 위해서는 핏줄이랄 수 있는 금융이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즉, 금융과 제조, IT 3박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먹거리와 대한민국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IT산업 진흥과 전담부처 재편에 신중해야 한다. 다행히 이명박 당선인은 최근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IT를 접목시키면 제조업도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이 제조업과 IT 진흥 부처를 하나로 통폐합한다는 뜻이 아니기를 바란다. 콘텐츠산업을 순수 문화 진흥의 곁가지쯤으로 여긴다는 맛이 아니길 바란다.

   유성호부장@전자신문, sh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