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솔로몬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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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천덕꾸러기입니까.”

 소프트웨어(SW)정책은 지식경제부로 간다는데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문화부로 이관된다고 한다. SW업계는 황당하고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SW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서럽다. 비빌 언덕이 돼준 정보통신부의 해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인수위가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할 때에도 SW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세간의 관심은 온통 통신과 방송에만 쏠렸다. 발표를 듣고도 SW정책이 어느 부처로 가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인수위가 발표한 대로 ‘정보통신 정책과 함께 지식경제부로 가는 거겠지’ 짐작했을 뿐이다.

 찬밥신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갑자기 인수위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문화부로 이관시키기로 했다. 아닌 밤에 홍두깨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졸지에 SW 진흥과 보호라는 산업의 두 축이 생이별을 하게 됐다. 프로그램보호법은 저작권도 아니고 더욱이 규제 법도 아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과 함께 산업을 보호하는 진흥수단의 하나다. 비슷한 예로 반도체집적회로배치설계법을 들 수 있다. 이 법은 현재 반도체산업 진흥정책을 맡고 있는 산자부가 주무부처다. 문화부도 창작물의 진흥을 맡으면서 저작자를 보호하는 저작권법을 주관하고 있다.

 유독 SW만 산업진흥과 보호의 주체가 달라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혹시 컴퓨터프로그램이란 말을 방송프로그램과 유사한 것으로 착각한 게 아닐까. 설마 아니겠지. 인수위나 이명박 당선인 캠프 사람들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아니면 프로그램보호가 지식재산권의 일종이니 저작권법을 맡고 있는 문화부로 일원화하려는 의도일까. 그렇다면 회로설계배치법은 왜 그냥 놔두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프로그램보호법도 저작권과 마찬가지로 지식재산권의 일종이다. 하지만 저작권법과 프로그램보호법은 성격이 너무 다르다. 저작권은 말 그대로 지적 창작물과 그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창작물은 특허 대상이 못 된다. 특허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창작에 국한된다. 프로그램보호법은 회로배치설계법과 마찬가지로 특허 대상이다. 그래서 같은 지식재산권이지만 저작권과 구분해 산업재산권으로 분류된다. 산업재산권은 특허 등의 권리를 무형자산으로 보고 이를 발명한 발명가나 소유한 기업을 보호해주는 장치다. 특허 외에도 상표권·상호권·실용 신안권·의장권 등이 이에 속한다.

 SW업계는 지금 걱정이 태산이다. 이명박 정부가 SW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기보다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을지 하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로 넘어가면 하드웨어 산업의 밑거름으로 취급당하지 않을지 염려한다.

 그러던 차에 프로그램보호법까지 문화부로 간다니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SW업계의 걱정이 사실과 다를 수도, 과장돼 있을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판단과 선택이 반드시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그래도 프로그램보호법과 SW진흥법을 갈라놓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벌써부터 천덕꾸러기라는 자조가 예사로 튀어나올 만큼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SW진흥법과 프로그램보호법을 한 어머니에게 돌려주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유성호부국장·컴퓨터산업부장@전자신문,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