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디지털 네이티브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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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포트]디지털 네이티브가 몰려온다

 디지털 혁명기의 한복판에서 성장기를 보낸 30세 미만의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디지털 원주민)라 부른다. 이와 대조되는 기성세대는 디지털 이주민으로 표현된다. 본래 원주민은 지역의 토박이, 연륜이 있는 기성세대를 지칭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만큼은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위치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2003년 리치 홀리튼 MIT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네이티브에 해당하는 1980년 이후 출생자들은 대학 졸업 시점까지 최소 20만건 이상의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주고받고, 휴대폰 사용에 최소 1만시간,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데 최소 1만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 디지털 네이티브의 실체와 생활방식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사회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하버드대 로스쿨과 스위스의 세인트갤런대는 연구센터를 만들어 2년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웹사이트(www.digitalnative.org)를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디지털 네이티브에 대한 대대적 연구를 실행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우리나라에서 열린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OECD 장관회의’의 이해관계자 포럼에 참석한 어스 가서 세인트갤런대 교수는 “이 연구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규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기존 세대가 이 세대를 위한 적합한 정책과 대안을 마련해줘야 세대 간의 분절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젊은이들은 다 디지털 네이티브일까?=물론 그렇지 않다. 임의적으로 시간을 정해 디지털 네이티브를 규정하고 있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를 결정짓는 시점을 잡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아닌 아날로그를 경험한 뒤 디지털을 배운 세대는 여기에서 제외돼야 한다. 현재 중·고교 및 대학 재학 중인 세대들 즉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접하고 경험해온 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고 해서 모든 젊은이가 디지털 환경에 유창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들을 시점으로 구분하기보다는 행동양식의 특징과 공통점으로 구분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다양한 일을 동시에 처리하며, 신속한 반응을 추구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도전적이고 재미있을 때 몰입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점뿐 아니라 지역이나 국적에 따른 구분도 무의미하다. 최근 이집트 학생이 디지털 네이티브 사이트에 올린 글은 국적과 지역을 넘어서 디지털 네이티브의 확산이 국경을 초월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학생도 디지털 네이티브=이집트의 고등학생 칸투프리야 테와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우리도 디지털 네이티브”라 역설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사이트에 글을 올린 이 학생은 “아프리카와 중동에 많은 사람이 비록 이 개념이 존재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히 디지털 네이티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2006년 4월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사이트에서 대통령을 비난한 압둘 카림 술레이만은 이슬람 모독죄로 4년형을 받았다. 올해 이집트의 물가 폭등 때문에 일어난 집회에도 8만명 이상이 인터넷을 통한 투쟁에 나선 바 있다.

테와리는 “비록 이들이 이집트의 일반적인 사회 계층은 아닐지 몰라도 이들이 페이스북 등 SNS 사이트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퍼뜨려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집트 인구 7550만명 중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구는 15%가량이다. 이 고등학생의 말처럼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은 결코 지역에 국한되지 않으며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 됐다.

◇정부를 움직인 중국 디지털 네이티브=지난달 28일 구이저우성 웡안(甕安)현에선 정부 관리의 권력 남용을 블로거들이 견제했다. 중국 경찰의 여고생 익사 사고 발표에 대해 이는 사실과 달리 성폭행당한 뒤 강에 버려졌다는 진실을 들춰내 인터넷을 통해 전파한 것. 저우수광(周曙光)을 포함한 다수의 중국 블로거가 동참했고, 정부의 인터넷 글 삭제와 블로거들의 재게시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3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결국 디지털 네이티브의 강공에 지난 4일 정부는 웡안현 당서기와 현장을 면직했으며 스쭝위안(石宗源) 구이저우성 당서기는 고개 숙여 사죄했다.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한 아고라의 조직적 대항, 들불같이 일어난 촛불집회는 급기야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우리나라 30세 미만 인구는 이미 전체 인구의 43%를 넘은 2000만명 이상이다. 이 연령층은 이미 전체 취업인구의 20%에 달할 정도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기성 세대에게 이들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들어선 신세대들의 업무 방식에 맞춰 다양한 세대 간 차이점을 이해하고 장점을 뽑아내 기업가치 창출에 필요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눈에 띈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유연하고 다원화된 21세기형 디지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은 디지털 네이티브들과 기존세대들 모두에게 맡겨진 사명이 돼버렸다.

이동인기자 di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