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인력시장 `새옹지마`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야후·e베이·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이 지역 대표주자들의 감원 행렬을 낳았고, 심지어 구글의 긴축경영까지 불러왔다.

 그렇다고 실리콘밸리 인력시장에 먹구름만 낀 것은 아니다. 이 지역 전문매체 머큐리뉴스는 최근 유명 기업들의 잇딴 감원과 신규채용 축소가 실리콘밸리 신생 벤처들에게 인재 확보를 위한 새로운 기회의 장을 터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벤처들은 몇달 전만해도 수많은 인재들이 몰리는, 이른바 ‘잘나가는’ 구글을 지켜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

 비디오 채팅 분야 신생업체 톡박스의 닉 트라언토스 CEO는 “지난 여름 구글·페이스북, 그리고 신생업체 등 3개사로부터 입사제안을 받은 사람을 면접한 적이 있다”며 “당시 그런 사람들의 채용에 실패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더 매력적인 선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구글 안드로이드폰용 터치패드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있는 시냅틱스는 애플·팜 등 선도업체들에 앞서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잠재적 구직자들을 본사로 초청, 점심 미팅을 갖고 있다. 이 회사 인사담당 부사장인 짐 해링턴은 “내년에 약 80명의 채용을 계획 중이며 그 중 절반을 실리콘밸리에서 채울 것”이라며 “요즘 시기가 톱 클래스의 우수인재를 확보할 좋은 기회가 되고 있고 차순위 인력그룹의 풀도 더 풍부해졌다”고 덧붙였다.

 또 콜센터용 SaaS 업체 라이브옵스는 최근 25명을 신규 채용해 직원을 300명 선으로 늘렸고 온라인 쿠폰 서비스 업체인 쿠폰 역시 올해 76명이던 직원수를 111명으로 늘린데 이어 연말께 120명 선까지 확대할 에정이다. 바라쿠다 네트웍스의 딘 드라코 CEO는 “비즈니스가 불안하리만큼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 20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 중이다.

 머큐리뉴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여전히 인력 수요가 높은 분야로 ‘스마트폰’ ‘클라우드컴퓨팅’ 그리고 지난 3분기 미국 전체적으로 10억달러의 벤처투자를 이끌어 낸 ‘클린(또는 그린) 테크놀로지’ 등을 꼽았다. ‘생명과학’ 분야 역시 벤처 자금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또 서비스로서 소프트웨어(SaaS)와 같은 비용절감 솔루션도 시장 기회를 높이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