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수장 맞는 FCC‥`변혁의 바람`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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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수장 맞는 FCC‥`변혁의 바람` 솔솔

 미국 연방통신정책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예고됐다. 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 등은 최근 오바마 인수위가 줄리어스 제나초프스키 전 FCC 의원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에 내정한 것이 바로 변혁의 ‘시그널’이라며 분석 기사를 앞다퉈 내보내고 있다.

 향후 FCC의 정책은 클린턴 시절과 마찬가지로 인터넷과 벤처가 그 중심에 서는 반면 부시 시절 호황을 누렸던 대형 미디어 그룹들은 수난을 맞이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통신정책도 클린턴 3기=제나초프스키는 90년대 중반 클린턴 정부 초기에 리드 훈트 FCC의장 지휘 아래 FCC 수석 위원을 역임했던 인물. 이 때문에 그의 FCC 의장 내정을 일종의 ‘홈커밍(Homecoming)’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신방송 정책에도 ‘클린턴 3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방송업계가 벌써부터 방송 내용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수년 간 부시 정부는 외설 등 내용을 문제삼아 방송국에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해왔다.

 제나초프스키가 FCC 위원으로 재임하던 시절 이동통신서비스용 주파수 경매부터 디지털 TV 전환 방식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이슈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그는 디지털 TV 전환 정책을 마련하면서 방송 사업자들이 쓸 디지털 전파(digital airwaves)에 대해 대가를 치르도록 함으로써 방송업계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또 탈규제를 기조로 한 통신법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터넷이 통신정책의 중심에=FCC를 떠난 후 제나초프스키의 이력은 인터넷과 벤처에 집중돼 있다. 인터넷 미디어 그룹 IAC/InterActive에서 고문과 사업 개발 총괄을 두루 맡았다. 벤처캐피털 록크릭벤처스를 설립하는 등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 투자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이는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초고속인터넷망 확대 기조와 맞물려 인터넷 정책을 미 연방통신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터넷 개방과 망중립성 신봉자로 알려져 있으며 미디어 소유구조에 대해서는 ‘다양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거대한 제국을 건설 중인 대형 미디어 그룹들은 그의 선임으로 수난을 맞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드럽지만, 물면 놓지 않는다”=제나초프스키의 개인적인 성향은 오바마 성향과 일부 오버랩된다. 그는 오바마 당선인의 하버드 동문이자 농구 시합을 즐기는 친구였다. 데이비드 사우터 전 최고헌법기관 서기관은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지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대학 동창생인 엑스피디어 다라 코스로우샤히 CEO는 “계속 돌아가는 기계”로 제나초프스키를 묘사했다. 소비자 단체인 퍼블릭날리지의 고시 손 대표는 “이 상냥한 남자를 과소평가하지 마라”면서 “필요할 때면 얼마든지 거칠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 디지털TV 전환 문제가 불거졌다. 오바마 정부 인수위는 내달 17일로 예정된 디지털 TV 전환을 연기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산업계는 예정대로 전환하기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제나초프스키 내정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전선에 설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TV 전환 문제가 그의 리더십을 실험할 수 있는 첫 무대인 셈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