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법콘텐츠 유통업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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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속 받은적 단 한번도 없었다"

 “경찰의 수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웹하드 업체는 이 허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지요. 단언컨대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의 미래는 없습니다. 아울러 웹하드의 불법 콘텐츠로 인한 청소년의 정서 오염은 기성세대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연 수입이 억대에 이르는 국내 최대 콘텐츠 불법유통 업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 장본인은 웹하드 클럽 운영자 L씨(47)다. 그의 증언은 실로 충격적이다. 웹하드를 통한 문화콘텐츠의 불법 유통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L씨가 갖고 있는 불법복제 콘텐츠 용량은 100테라바이트 이상. 이를 두 시간 분량의 DVD 화질 영화로 환산하면 무려 8만편에 육박한다. 미 의회도서관의 2000만권에 이르는 전자도서의 5배에 이르는 양이다.

 보통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는 비용을 3000원으로 잡고 L씨의 불법 콘텐츠를 편당 1000명씩 받았다고 치면 금액만 2400억원에 달한다. L씨처럼 대규모 클럽 운영자는 손에 꼽히지만 웹하드 클럽은 국내에 수천개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웹하드에 의한 저작권 침해 금액을 연간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산한 저작권보호센터의 발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L씨는 이렇듯 막대한 규모의 불법복제 콘텐츠 유포로 연간 2억원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린다. L씨는 “웹하드 업체들은 나 같은 주요 클럽 운영자에게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법까지 가르쳐준다”며 “2년 넘게 클럽을 운영해왔지만 단 한 차례도 경찰의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L씨의 말에 따르면 웹하드 업체는 클럽 운영자에게 인터넷 주소(IP)가 드러나지 않는 PC방에서 가명과 자동생성기로 만든 가짜 주민등록번호로 회원 등록을 하라고 알려준다. 웹하드 업체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를 하면 그 가짜 정보를 제공한다.

 L씨는 “가입 IP가 아닌 평소에 동영상을 올리는 IP를 추적하면 클럽 운영자의 소재지를 찾을 수 있지만 이 정도의 적극성을 보이는 경찰은 극히 드물다”며 “그 이유는 어차피 잡아봤자 클럽 운영자는 저작권자와 합의하기 때문에 경찰의 실적에 기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막대한 양의 불법복제 콘텐츠를 교묘한 방법으로 올리고 제도적 허점으로 인한 경찰의 복지부동 자세가 더해지면서 웹하드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불법복제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 웹하드 서비스는 15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웹하드 이용 회원이 3800만명에 달하며 특히 그중 80% 이상은 청소년으로 추산된다.

 L씨는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웹하드에서 매우 노골적인 포르노 동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물론 대부분의 웹하드는 회원 가입에 별 다른 성인인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회원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월 1만5000원 정도만 내면 포르노물도 클릭 몇 번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L씨는 한 달여 전에 클럽 문을 닫았다. 자신이 끼치는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으로 인한 양심의 가책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L씨는 “정부가 문화콘텐츠 산업을 지원한다고 자주 말하는데 지금과 같은 웹하드의 폐해를 뿌리뽑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말했다.

 장동준·이수운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