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녹색성장을 위한 전력의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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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 녹색성장을 위한 전력의 상품화

 전자상거래가 이루지지 않은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무엇이 있을까. 만델라와의 차 한 잔, 워런 버핏과의 점심, 대화도 e베이의 인터넷 경매에서 거래됐다. 심지어 어느 여성은 자신의 처녀성을 인터넷 경매에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전력은 아직 전자상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IT를 활용해 공급자와 사용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 교환을 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로 인해 전기 에너지의 전자상거래가 필요하게 되고, 이로써 스마트 그리드가 확산돼 저탄소 녹색성장이 가능하게 된다.

 오늘날 전기는 공공재고 한국전력공사에서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재고로 보관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그리드에서는 전기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고, 충전과 방전이 용이하게 된다. 지능형 계량기로 실시간 전기 사용량이 집계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전기요금을 달리 책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기술은 스마트 계량기부터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 수집, 분석하는 시스템(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전기 에너지 저장기술, 직류 전력 공급 기술, 스마트 송변전 기술 등이다.

 상품시장에서와 같이 전기 에너지도 문제는 수요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그에 맞게 생산하거나 일정하게 생산해 비수기의 재고로 성수기에 대처하면 된다. 전기 수요를 잘못 예측해 전기공급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다. 지푸라기 하나로 낙타 등을 부러뜨리는 꼴이 된다. 전기의 공급과 수요를 균형화할 수 있다면, 일정하게 발전해 사용하지 않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할 때 사용할 수 있어 발전소 몇 개는 쉽게 줄일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언제 어디서나 전력의 충전과 방전을 가능하게 한다.

 오늘날의 공급자 위주의 전력시장 패러다임이 변화돼 스마트 그리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소비자의 참여와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인하는 한 방안은 저탄소와 에너지 절감 등에 대한 보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초기 보급 단계에서 효과가 있을지언정 영구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스마트 그리드가 확산돼 사회에 스며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전력시장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돼야 한다.

 전자전력시장은 한전과 같은 발전부문의 전력공급사와 소비자 간의 거래인 B2C와 소비자들 상호 간 전력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C2C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기업과 가정, 소비자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기요금을 보고 차고와 같은 전기충전소에 충전해 전기자동차에 사용하고 남는 것을 되파는 시장이 형성된다. 전자시장에서 전기라는 상품의 가격과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보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소비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B2C 시장에서 쌀 때 구입(충전)해 사용하고 남는 전력은 C2C 시장에서 거래된다. 여기서 소비자는 충전소에 저장한 전력의 판매자, 즉 생산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프로슈머다. 마치 일반 상품과 같이 전력에 대한 거래와 가격결정이 전자시장에서 이루어지면 전력의 생산과 소비는 균형점을 찾게 된다.

 이와 같이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전력이라는 상품이 시장경제 틀 안으로 녹아들 때, 전력의 공급과 수요의 최적화, 전기자동차 수요증대,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확대 등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이제 기술 및 공급 측면과 함께 시장과 수요를 활성화하는 토대를 마련하고 구체적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발판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발굴되고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가 창출돼 고용창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주재훈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 정보경영학과 교수 givej@dongg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