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로봇 R&D정책에 대한 고언

[현장에서] 로봇 R&D정책에 대한 고언

 지난주 부산시에서 개최된 로보월드 행사에 내려갔다. 로봇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로봇산업계 문제를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다 보니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지방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로봇전시회라서 우려도 했지만 부산 로보월드는 볼거리도 많고 행사진행도 짜임새 있는 편이었다. 나는 로보월드 부대행사로 열린 한 정책포럼에서 우리나라의 로봇산업 육성정책이 어떻게 가야 할지 그동안 고민하고 정리해온 내용을 발표했다.

 한국의 지능로봇산업정책은 지난 5년간 수천억원의 정부예산을 투입하고도 만족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막대한 국민의 혈세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동안 로봇R&D지원의 70%는 정부출연연구소에 집중됐고 민간기업에 들어간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국책 연구소들의 R&D실적을 분석해 보면 실제로 민간기업에 기술이전으로 산업화된 사례는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로봇R&D결과물이 아직 연구소 안의 서류로만 머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능형 로봇분야에 힘을 기울이는 동안 해외기술과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진 느낌이다. 우리가 공급자 위주, 전시 위주의 로봇기술개발에 시간과 재원을 낭비할 때 오히려 미국, 독일 등 해외 로봇선진국들의 기술 수준은 더 높게 발전한 것은 아닐까. 이러한 과거를 반성하고 R&D체계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수년 뒤에 우리나라의 지능형 로봇산업은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특정산업에 10년간이나 지원을 했는데도 가시적 성과가 부족하다면 당연히 책임론이 뒤따르게 된다.

 로봇시장의 수요창출을 위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로봇산업의 범위가 가정용에서 특수서비스, 산업용까지 넓은 점을 감안해서 품목별로 시장창출을 책임지는 비즈니스 매니저(BM)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R&D효율을 높여야 한다. 로봇은 하나의 산업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로봇기술산업의 주도국이 되려면 과거에 대한 미화가 아니라 명확한 분석과 비판에 따른 변화만이 유일한 살길이다. 진심어린 나의 고언이 정부의 로봇정책에 반영되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kckoh@sunmo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