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 차세대 시스템 규모 대폭 확대

 대부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저축은행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들이 규모를 키워 지방은행화하기 위한 수순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이 최근 SK C&C를 차세대 시스템 구축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으며 사업규모가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SK C&C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규모가 작고 복잡성이 덜해 솔로몬의 경우 당초 50억∼70억원 안팎을 예상했지만 배에 달하는 15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차세대 시스템 규모가 확대된 것은 최근 저축은행의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선 제일상호저축은행도 당초 30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1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IMF 이후 지방은행이 사라진 지역을 중심으로 저축은행이 지방은행 역할을 하기 위해 시스템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자산규모가 지방은행 중 가장 작은 제주은행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계를 기초로 할 때 전국 106개 상호저축 가운데 제일, 솔로몬 등은 제주은행의 자산규모 2조8000억원을 넘어선 3조원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지방은행에 준하는 건전성 규제 강화와 함께 업무 범위를 확대시켜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지방은행에 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차세대시스템 확장 배경이 지방은행처럼 업무 범위 확대를 위한 수순일 수도 있지만 고객 다변화와 고객관리에 초점을 둔 것이란 해석도 있다.

 봉선영 액센츄어 이사는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처럼 트레이딩, 여수신 업무 확대, 소액결제 등의 업무 확대를 꾀할 수도 있지만 정부가 이를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높임에 따라 고객 다변화와 관리를 위해 차세대 시스템 확대를 계획하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호저축은행들이 IT시스템을 대거 확장해 발주함에 따라 IT서비스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부산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3개 저축은행이 연합한 한진경(한국진흥경기)저축은행 등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IT서비스 업체의 경우 해당 인력 충원에 나서는 등 업계의 관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