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MS 그린IT 협력 의미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협력은 세계 정보기술(IT)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윈텔(MS-인텔) 진영’에 버금가는 또다른 ‘글로벌 동맹’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동안 새 운용체계(OS)를 발표할 때마다 인텔의 최신 CPU와 연동한 ‘윈텔 마케팅’을 단골 메뉴로 꺼내든 MS가 이번에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우뚝 선 삼성전자와 먼저 협력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는 평가다. ‘윈도 비스타’의 실패와 불황으로 이어진 장기간 침체를 글로벌 1위 기업이 손잡고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로도 해석돼 향후 IT 경기회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그린IT 시장 ‘윈윈게임’=MS와 삼성전자의 협력은 OS와 메모리 분야 최강자가 뭉쳤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MS는 에너지 효율성을 최고로 높인 ‘윈도7’을 삼성전자의 신제품 메모리 반도체인 ‘40㎚급 DDR3 D램’과 함께 사용하면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용절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인 그린IT 제품이 각광받는 것을 감안하면 최적의 조합인 셈이다.

 전동수 삼성전자 부사장은 “윈도7의 권장 사양 2Gb의 두 배인 4Gb 메모리를 탑재하면 성능은 향상시키면서도 소비 전력은 오히려 줄어들어 그린IT 솔루션을 확대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윈텔 진영’ 탄생=양사는 제휴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MS는 삼성전자 글로벌 사업장에 10만여개에 달하는 ‘윈도7’ 교체 시장을 단번에 얻게 됐다. 삼성전자도 유무형의 효과가 적지 않다. 메모리 주력시장을 DDR2에서 DDR3로 바꾸면서 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가 경쟁업체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됐다. DDR3는 1분기 말 기준으로 비중이 9%에 불과해 아직 주력 제품은 아니다. 올해 말 전체 시장의 32%를 차지하고 2010년 2분기에 DDR3로 전환할 전망이다. ‘윈텔 진영’의 제3자 격으로 참여한 삼성전자가 MS와 바로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인텔에 버금가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것은 무형의 효과로 꼽힌다.

 ◇IT 수요 진작 ‘쌍끌이 작전’=두 회사의 협력 발표는 세계 IT 경기 회복을 주도해보자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강하다. 세계 최고 기업이 ‘그린IT’를 테마로 한 공동 마케팅으로 PC 수요를 확대하고 이로써 OS와 메모리 판매 확대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내 소매상에서 판매 중인 윈도 비스타는 70%가량이 64비트 제품이다. 윈도7 역시 64비트가 주력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64비트 OS의 전환은 메모리 수요 확대를 자극한다. 32비트 OS에서는 4Gb 이상의 메모리를 인식할 수 없었지만, 64비트 OS로 바뀌면 4Gb 이상급 제품이 기본 메모리로 채택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40나노급 DDR3를 하이닉스반도체도 곧 양산할 예정이나 실제로 양산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 제품의 소비전력은 28와트(W)에 불과하다. 현재 많이 쓰이는 60나노급 1Gb DDR2의 소비전력은 102W에 달한다. 이런 기술적인 장점 때문에 미세 공정의 DDR3는 올해부터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채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오랜 침체 터널을 맛본 PC업체로서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와 MS가 앞장서 마케팅을 펼치면서 PC 판매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미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등은 윈도7에 최적화된 PC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윈도7 마케팅’에 가세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메모리는 이번 공동마케팅으로 삼성전자 DDR3가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향후 PC업체들이 하이닉스 등 경쟁사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MS가 이에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는지가 향후 삼성전자와 강력한 파트너십 지속 여부의 열쇠라는 평가도 나왔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