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 이제 시작이다](1)방송통신 시장 대격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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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2년 12월 31일 이전, 아날로그 지상파 TV 방송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된다. 그림처럼 선명하고 입체 음향까지 선사하는 디지털 TV가 이를 대신한다. 하지만 말처럼 ‘디지털 전환’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방송을 내보낼 방송사는 물론이고 일반 가정도 준비를 해야 한다. 더욱이 아날로그 TV만 있는 집이 TV 방송을 볼 수 없게 돼선 안 된다.

 주어진 시간은 3년이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따라 디지털 전환의 성공이 갈린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전자신문은 방송통신위원회·한국전파진흥원과 공동으로 현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남겨진 과제를 다섯 차례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2010년은 디지털 전환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9월 1일 시범지역 중 하나인 울진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아날로그 지상파 TV 방송이 꺼진다. 제작 설비나 방송 보조국도 투자에 들어간다.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방안 등 세부 사항도 마련된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률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진행된다.

 디지털 전환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2년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OECD 30개 국가 중 26개국이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로 전환한다. 미국·독일·핀란드·스웨덴 등은 이미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시청자는 아날로그에 비해 5∼6배 우수한 화질과 5.1채널의 CD급 음질을 즐길 수 있다. 산업은 새 설비와 수신기 수요로 활성화한다. 정부는 기존 아날로그 주파수를 재배치해 새로운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디지털 전환을 1980년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뀌었을 때보다 파급 효과가 큰 방송 패러다임의 변화로 일컫는다. 방송통신 시장의 대격변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청자 삶의 변화는 고화질·고음질에 만족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보기만 하던 TV가 이용하고 대화하는 TV로 바뀌기 때문이다. TV가 정보 플랫폼으로 변신한다. 디지털 전환은 이러한 모든 변화의 시작이다. TV를 보다 궁금한 정보를 TV포털로 검색할 수 있다. 이른바 ‘3스크린’ 시대도 열린다. TV에서 보던 콘텐츠를 휴대폰으로 옮겨 밖에서, 건넌방 PC에 있는 게임을 거실 TV로 옮겨 즐길 수 있다.

 방송뿐 아니라 통신시장도 재편된다. SK텔레콤의 3세대(3G) 이동통신 가입자는 1200만명, KT의 가입자가 1140만명을 넘어섰다. 추가 주파수 확보가 절실해졌다. 4G 서비스를 위해서도 필요한 주파수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로 인해 2013년부터 700㎒대의 대역을 재배치할 수 있어 통신 시장도 급격히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700㎒ 대역의 회수 주파수를 경매에 붙여 공공안전과 이동통신서비스에 활용했다. 영국은 550∼630㎒, 806∼854㎒ 대역을 모바일 TV 등으로 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본은 90∼108㎒, 170∼22㎒, 710∼770㎒ 대역을 내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지능형 교통시스템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신규 서비스가 탄생할 길도 함께 열린다. 다른 나라보다 먼저 새로운 방송통신 서비스를 도입해야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디지털 전환이 가져오는 경제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에 따른 경제 파급 효과는 20년간 총 249조엔(약 3258조 억원)에 이른다. 신규 설비 투자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가 77조엔, 서비스가 108조엔, 여유 주파수 활용에 따른 새 서비스가 64조엔 등이다. 고용유발효과는 아날로그 종료까지 10년간(2001∼2011년)은 연 12만7737명, 이후 10년을 포함하면 연 17만2476명에 달한다.

 국내 경제 파급 효과에 대해 아직 조사된 바 없지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설비투자와 신규 서비스 발굴 등으로 일본에 준하는 경제 효과가 기대됐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첫걸음으로 지난해 디지털 전환 특별법을 제정해 2012년 12월 31일 이전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기로 했다. 울진·강진·단양 세 지역을 1차 시범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내년 9, 10, 11월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연도별 전환 계획 등 세부사항은 오는 9일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디추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본격적인 디지털전환 작업이 시작된다.

 최건일 DTV코리아 팀장은 “내년에 시범사업 지역의 아날로그 지상파 TV 종료와 함께 디지털 전환에 대한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할 것”이라며 “방송통신 시장의 대격변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