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의 미래사회] <1>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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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의 미래사회] <1>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

 동양의 고전, 주역(周易)에선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을 혁(革)이라고 설명한다. 64괘 중 49번째 괘, 택화혁(澤火革)은 연못 아래 불이 있는 형상인데, 변화란 불화(不和)하는 지점에서 등장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새 시대의 등장은 구시대의 저항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새 시대를 갈망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새로운 시대는 구체화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0년 1월호는 바이오닉스(Bionics)를 표지 특집으로 내세우면서 교통사고로 팔 한쪽을 잃은 여성, 청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어린 아이가 생물공학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45세의 여성, 아만다 키츠는 팔이 없는 어깨에 수십개의 전자센서를 부착해 자신의 신경체계와 로봇 팔을 연결했고, 마치 예전에 사용하던 팔처럼 사용하고 있다. 이 저널은 아만다처럼 생물공학의 도움으로 새롭게 태어난 사람들을 미래의 인류(tomorrow’s people)라고 불렀다.

 진화된 인간 혹은 신인류로 번역하는 포스트휴먼(Post-human)은 로봇과 인간이 결합된 존재다.

 미국의 전설적인 과학자 레이 커즈웨일(Ray Kurzweil)은 2040년쯤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여 포스트휴먼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핵심은 나노공학, 생명공학과 로봇공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 결과 로봇 같은 인간, 인간 같은 로봇의 하이브리드종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포스트휴먼 시대를 열어나갈 선구자는 누구일까. 이른바 정상적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의 모습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처지일 것이다. 예컨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포스트휴먼 시대를 열어나갈 선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장애올림픽에서 신기록을 세운 남아프리카의 장애인 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스케이트날처럼 얇은 의족을 달고 뛰어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라고 불린다. 그는 비장애인 육상선수들과 올림픽에서 한 판 붙자고 선언해 주목받았다.

 국제육상연맹은 처음엔 오스카의 제안을 거절했으나 그를 지지하는 세계 여론이 국제육상연맹을 압박하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아쉽게 예선경기에서 올림픽 평균을 뛰어넘지 못해 오스카의 올림픽 출전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훨씬 발달된 의족기술이 나올 경우 오스카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우월한 신체적 능력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나노공학 전문가들은 오스카를 예로 들면서 포스트휴먼 시대를 열어나갈 개척자는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는 사지가 멀쩡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은연 중에 차별하는 이분법에 익숙해있다. 하지만 기계와 인간의 결합이 자연스러울 미래사회에선 지금의 정상인이 장애인 대접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