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로봇산업진흥원 역할이 문제다

[현장에서] 로봇산업진흥원 역할이 문제다

  지식경제부가 새로 설립하는 로봇산업진흥원이 대구로 들어서기로 사실상 결정됐다. 지난 로보랜드 선정시 각 지자체가 보여줬던 과열경쟁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공모절차 없이 지경부 자체 평가단을 구성하여 입지를 결정했다.

업계 일각에선 수도권에서 너무 먼 곳에 로봇산업진흥원이 들어선 때문에 불편을 걱정하고 있다. 국가적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핵심기관의 입지를 선정하는 것인 만큼 충분한 시간과 정밀한 분석을 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지경부는 속전속결로 나섰다. 결국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보다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했다는 오해를 살 불씨를 남겼다.

대구가 여러 지자체 중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로봇산업 육성에 나선 비전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대구 지역이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중심지가 아니라는 현실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경기도 안산이나 대전에서 주장한 로봇산업진흥원 유치 논리도 충분한 타당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왕 대구가 선정됐다면 앞으로 소모적 논쟁보다 로봇산업진흥원의 역할에 대해서 깊이 논의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진흥원을 어디에 두느냐는 것은 단순 R&D센터가 아닌 산업체계를 종합적으로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대구로 로봇산업진흥원이 들어서기로 한 이상 지자체의 지역발전 논리는 좀 접어두길 바란다. 대신 국가 차원에서 과연 어느 지역이 로봇산업진흥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제는 로봇산업진흥원의 입지 선정을 놓고 지자체간 벌였던 공방은 그만두고 대구에 위치한 로봇산업진흥원이 어떻게 전국의 로봇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할지 지혜를 모을 때이다.

어차피 로봇산업의 주체인 로봇관련 기업들에게 어느 지역에 로봇산업진흥원이 들어섰는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핵심은 로봇산업이 국민적 기대에 부흥해서 단시간내 분명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로봇산업진흥원을 유치한 지자체는 섣부른 지역발전 논리를 자제하고 전국의 로봇업체들을 서빙할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

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kckoh@sunmo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