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44)화상 채팅사이트 `채트룰렛`은 인터넷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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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터넷 시대로의 회귀인가? 아니면 인터넷의 새로운 미래인가?”(뉴욕 매거진)

‘안드레이 테르노브스키’라는 17살의 러시아 학생이 만든 화상 채팅사이트 ‘채트룰렛(http://www.chatroulette.com)’을 두고 하는 말이다. 채트룰렛은 개설된지 얼마 안되었지만 뉴욕타임스,CNN,가디언 등 세계 유력 매체들의 집중적인 조명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익명성에 기반해 새로운 인터넷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사람들의 관음증을 조장하고 음란 사이트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평가도 있다.

CNN의 채트룰렛에 대한 분석 기사는 채트룰렛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과 반응을 잘 반영한다.

“채트룰렛을 놓고 새로운 인터넷 개척자, 초고속 데이트의 대체물, 음란물의 소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이창(원제: Rear Window)’의 관음증적인 후속작, 다른 친교 그룹 사람들과 상호작용방법 등이라는 다양한 평가가 존재한다.

저명한 블로거 제이슨 코트케는 채트룰렛이 현재 인터넷에서 최고의 사이트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필요성 증가로 생겨났든, 노출을 한 낯선 사람을 본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우려가 있든, 이 사이트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이 사이트가 중독성 있고 호기심을 자극한다는데는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CNN 한글판에서 인용)

다양한 평가 속에서도 채트룰렛의 성장세는 무섭다.광풍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난 11월 처음 개설됐는데 요즘은 평균 4~5만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중순만해도 동시접속자가 2만명 수준이었다. 일주일이 조금 지나 동시접속자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채트룰렛은 간단히 말하면 전세계의 네티즌들과 랜덤하게 화상 채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컴퓨터에 웹캠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가입절차나 성인인증 절차도 필요 없다. 오직 웹캠만 필요할 뿐이다. 사이트에 들어가 웹캠을 세팅하면 바로 자신의 모습이 화면의 한쪽에 나오고 랜덤하게 다른 사람의 화면을 볼 수 있다. 뉴욕 매거진은 마치 `휴먼 셔플(Human Shuffle )‘과 같다고 평가를 내린다.

이 사이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미 인터넷 매체인 와이어드(http://www.wired.com)는 채트룰렛의 중독성을 5가지로 정리했다.

1)익명성=익명의 상태에서 이상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갖고 있다. 채트룰렛은 익명성을 보장한다.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없다. 현재의 채트룰렛 친구와의 대면이 지루하면 `다음‘ 버튼을 누르면 된다. 채트룰렛이 랜덤하게 다른 사람과 화상 채팅 기회를 준다.

2)‘다음’ 버튼=채트룰렛은 거대한 디너 파티와 같다. 굳이 파티에 모인 사람들에게 어색하게 자신을 소개할 필요가 없다. 상대가 모자 수집 취향이나 자신이 소유한 보트 자랑을 지루하게 늘어놓으면 계속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냥 ‘다음’ 버튼만 누르면 된다

3)과거 인터넷 시대로의 회귀=지나간 인터넷 시대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준다. IRC나 AOL의 채팅 경험을 상기시킨다. 성인물도 있다.

4)누구와도 어떤 주제로 대화할 수 있다=전세계 모든 사람과 어떠한 주제로도 얘기할 수 있다. 여행,와인,인디 밴드 등 어떤 주제도 가능하다. 자신의 주제와 맞지 않는 얘기를 하면 이번에도 ‘다음’ 버튼이다.

5)무엇보다 채트룰렛은 재미있다=다양한 의도와 취향에 맞게 사이트를 접속해 즐길 수 있다. 창업자가 얘기한 것 처럼 채트룰렛은 게임이기도 하고 데이팅 사이트이기도 하다. 다양한 목적에 유용하다.

당초 우려와 달리 화상 데이트 또는 외설 사이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인터넷 매체인 어드버타이징에이지(http://adage.com)에 따르면 채트룰렛에는 여전히 외설스런 콘텐츠가 많지만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외설 콘텐츠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범한(normal) 사람들의 접속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채트룰렛 생태계도 가동에 들어갔다. 자신의 얼굴 주요 특징을 트래킹해 애니메이션 등 각종 특수효과를 주는 솔루션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채트룰렛 생태계가 이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매니캠(http://www.manycam.com)과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채트룰렛을 모방한 클론 사이트들도 나오기 시작했다.‘redditroulette’(http://redditroulette.appspot.com),‘tinychat’(http://tinychat.com) 등 모방 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랜챗`(http://www.ranchat.com)이라는 랜덤 화상 채팅 서비스가 등장했다.

채트룰렛은 웹캠의 보급과 궤를 같이 한다. 웹캠 시장은 지난 2008년 18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15년에는 3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에는 출시되는 대부분 컴퓨터가 웹캠을 장착하거나 웹캠-레디 제품이 될 것이다. 화상 채팅 서비스의 토양이 그만큼 풍요롭다는 의미다.

다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비디오 업로드 비율이 증가하는 것도 최근의 웹캠 시장 성장세를 알수 있다. 작년 3월 현재 페이스북을 통해 업로드된 동영상의 40%가 웹캠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 비율은 현재 55~65% 수준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웹캠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화상 채팅, 비디오 화상회의 등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벤처업계는 채트룰렛의 사업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유니온스퀘어벤처스’라는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벤처 투자자이자 파워 블로거인 프레드 윌슨은 자신의 블로그(http://www.avc.com)를 통해 “채트룰렛을 개발한 17세 러시아 청년을 뉴욕으로 초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채트룰렛이 우리가 투자할만한 대상인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 친구를 꼭 만나보고 싶다. 이 친구는 우리가 그동안 같이 일했던 많은 젊은 벤처 기업가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관심을 보였다.

한편 케이시 네이스태트라는 영화 제작자는 채트룰렛에 관한 미니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인터넷에 배포하고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현재 채트룰렛 이용자 가운데 71%가 남성이며 여성은 15%로 나타났다. 나머지 14%는 변태로 분류됐다. 젊은이는 83%, 나이 든 사람이 17%였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이용자가 18~24세의 젊은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성인인증 절차가 없다는 점 때문에 부모들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과연 채트룰렛은 과거 인터넷 시대로의 회귀일까. 아니면 인터넷의 새로운 미래일까?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대성공으로 프라이버시의 종언이 공공연하게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극단에 익명성에 기반한 채트룰렛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미 이런 종류의 서비스를 네티즌들은 익히 경험했거나 간접적으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채트룰렛은 전세계의 어떤 사람과도 인터넷에서 무작위적으로 대면할 수 있게 해준다. 누군가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어진다.그리고 중독성이 있다. 폭발적인 이용자 증가가 단지 `찻잔속의 폭풍`에 그칠지,아니면 인터넷의 미래를 바꿔 놓을지 아직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언론과 전문가들의 조명을 받은 서비스는 그리 흔치 않다. "유튜브 이후 가장 즐겨찾는 사이트가 됐다" "인터넷 유흥의 성배(Holy Grail)와 같다"는 파워블로거들의 평가가 예사롭지 않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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