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소 업계, 금융문서 원본 폐기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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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전자문서보관소(공전소) 업계가 전자화된 금융문서 원본 폐기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전자거래기본법 고시안이 지난해 4월 개정돼 전자문서만 보관할 수 있게 됐지만 금융 관련법 일부는 이와 상충돼 1년 가까이 전자문서와 별도로 종이문서도 함께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전소 업계는 법 개정 1년을 맞아 종이문서 폐기 기준 마련을 요구 중이나 정책당국의 입장이 조금씩 달라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5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전자거래기본법이 개정된 지 만 1년이 지남에 따라 전자화된 금융문서 원본 폐기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4월 전자거래기본법 고시 개정을 통해 그동안 전자문서와 별도로 종이문서 원본을 6개월간 의무 보관토록 한 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금융문서라도 공인 전자문서로 만들어지면 원본을 별도로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에는 종이문서 원본을 최소 5년간 보관토록 하는 등 금융 관련법이 전자거래기본법과 일부 상충된 채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전자거래기본법이 개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종이와 전자문서를 동시에 보관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공전소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공전소 사업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만큼 전자거래기본법 개정 1년을 맞아 일반문서 폐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줄 것을 관계 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공전소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전자거래기본법에서는 원본을 따로 보관할 수 없다고 하지만, 금융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이와 관련한 정확한 지침을 마련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전자거래기본법에 따라 원본 문서를 폐기했다가 나중에 금융감독원이 검사과정에서 원본 문서를 요구하게 되면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정책 당국 간 교통정리가 제대로 안 되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종이와 전자문서를 동시에 보관하면서 비용은 이중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전자거래기본법을 담당하는 지경부와 금융 관련법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 등이 협의해 종이문서의 구체적인 보관기간 정도라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경부는 이에 대해 금감원 등과 실무차원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자문서의 진본성에 다소 부정적인 금융 정책당국과 원론적인 문제부터 기술적 문제까지 의견을 좁혀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지경부나 금융권, 공전소 사업자 등 어떤 곳도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협의를 의뢰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협의 요청이 들어오면 본격 검토해야 하지만 전자문서를 어디까지 진본으로 봐야 하는지, 또 은행법·자본시장법 등 각종 금융법마다 다른 규정에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등 여러가지 문제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 관련 공인전자문서보관 사업자로는 하나아이앤에스, LG CNS 등이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