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68)애플의 ARM 인수설,`애플 제국`의 서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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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칩 설계 전문업체인 ARM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불거져 나왔다.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지는 21일 애플이 영국 캠브리지에 기반을 둔 칩 설계업체인 ARM홀딩스의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영국 금융계에서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보도로 ARM의 주가는 8%나 상승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최근 발매에 들어간 아이패드에 ARM의 칩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스마트폰 업체들과 모바일 기기 전문 업체들이 ARM 기반의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거나 라이센스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애플이 소문대로 ARM을 인수한다면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에 따르면 IT업계의 거인 애플이 ARM을 인수할 경우 가격은 대략 80억 달러 규모(52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당 400파운드 수준이다.

인터넷 매체인 매셔블은 애플의 ARM 인수설이 현재로선 루머에 불과하지만 40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 입장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ARM을 인수할 경우 애플은 ARM의 칩 설계기술을 ‘인 하우스’ 방식으로 활용하는 게 가능해진다. 당연히 ARM에 주는 로열티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의 ‘게임의 법칙’을 주도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모바일 기기 시장에선 현재 ARM과 인텔의 `아톰`칩 등이 경쟁하고 있는데, 아톰은 아직 ARM 만큼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애플이 ARM을 인수하면 안드로이드폰 업체 등 경쟁사들에게 ARM 칩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라이센스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애플의 ARM 인수가 성사되기 위해선 미국 규제 당국의 허가뿐만 아니라 훨씬 더 엄격한 유럽 규제 당국의 허가를 얻어야하는 게 난제다.

사실 이번에 애플의 ARM 인수설이 나온 데는 양사간 밀접한 관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애플 관련 인터넷 사이트인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990년 영국 컴퓨터업체인 에이콘,반도체 팹업체인 VLSI테크놀로지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ARM을 설립했다. 당시 애플은 에이콘의 RISC 프로세서를 모바일 플랫폼인 ‘뉴튼 메시지 패드’에 채택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애플이 90년대 후반 ‘뉴튼’ 사업을 중단하면서 ARM의 지분을 매각,관계가 소원해졌다. 그러다 지난 2001년 아이팟 사업을 하면서 ARM 프로세서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에어포트’ 무선 장비,아이폰,아이패드 등에 ARM 프로세서를 폭넓게 채택하고 있다. 양측의 이런 우호적인 관계가 애플의 ARM 인수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ARM 인수설이 아니더라도 최근 애플이 칩설계 분야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처럼 보인다.

우선 최근에 아이패드용 A4 칩 설계를 강화하기 위해 저전력 칩 핵심 설계 업체인 `인트린시티(Intrinsity)`를 인수했다. `인트린시티`는 지난 1996년 엑스포넨셜 테크놀로지(Exponential Technology)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애플에 CPU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뉴파워PC 칩을 공급하기도 했다.

애플은 파워PC칩 개발에 관여했던 `PA세미`라는 칩 설계업체를 지난 2008년 4월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아이패드용 A4칩을 설계했다. 여기에 ARM까지 인수한다면 콘텐츠,단말기,프로세서를 아우르는 거대한 IT상태계를 자신의 품안에 안을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애플 제국의 탄생이다. 그러면 전세계 IT산업은 또 한번 요동칠 것이다.

한편 23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IC 칩 디자인 업체인 애그니럭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애그니럭스는 지난 2008년 애플이 인수한 칩 설계 업체인 `PA세미` 출신들이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