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식재산권의 날 10주년 좌담회] 다플랫폼 시대에는 누구나 저작권자 될 수 있다

과거 인터넷에서 음악은 무료, 영화는 개당 70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최근에는 상당히 개선됐지만 여전히 저작권 침해는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콘텐츠는 창작자의 소중한 재산이고 이용자는 합당한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대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산업 각계의 자정노력이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성과다.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 10주년을 맞아 전자신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창작자, 서비스 사업자, 법학자, 이용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플랫폼 시대에 건강한 저작권 발전방안에 대해 모색해봤다.

 ◇조인혜 센터장(사회)=최근 2∼3년간 우리나라 저작권 산업 및 문화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 도입이나 삼진아웃제, 개정 저작권법의 발효도 의미심장했다. 손담비 동영상 등 UCC에서 저작물 공정이용을 인정한 법원의 평가도 그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몇년 간 저작권을 둘러싼 변화를 살펴보자.

 ◇이해완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교수=저작물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저작권법은 인쇄 기술, 즉 기술의 변화에 의해 태동됐다. 최근 저작권법이 요동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디지털 기술’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대응이 좀 늦은 측면이 있다. 저작권 관리 잘되길 바라지만 단속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권리자와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 단체가 갈등만 만들면 안되고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도 중요하다. 지금은 풍선효과를 막고 불법시장 합법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본격 모색하는 단계라고 본다.

 ◇대중음악가 김종진=음악 쪽은 다른 콘텐츠보다 자신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많았고 지금은 타 콘텐츠에 비해 보호가 잘되고 있는 분야라고 본다. 이미 안정권이므로 성장이나 쇠퇴를 말하기보다 보완점을 논의해야 할 시기다. 가장 아름다운 미래는 양질의 콘텐츠가 계속 공급이 되면서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의 문화 의식이 성장하는 모습이다. 교육이 필요하고, 정부의 예산이 실질적인 교육방침으로 정해져 내려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병선 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 본부장=작년에 개정 저작권법이 통과되고 선진화업체가 도입되면서 관리가 강화됐다. 사업자로서 긴장했고 비관적인 전망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새 출발의 계기가 됐다. 역시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법제도보다는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저작권법은 단순히 저작권을 지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게 만들어주는 법 아닌가. 많은 분들이 현명하게 생각하셔서 디지털 시장을 확대하고 문화수준을 높이는 선순환 흐름을 잘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

 ◇김영산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정책관=저작권은 결국 보호와 이용, 두 날개로 나뉜다. 이용의 활성화를 위해 보호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각계 입장이 너무 다른 상황이다. 거대 기업들의 수익을 위해 희생 강요받고 있다는 측이 권리자고, 사업자 측에서는 권리자가 너무 무리한 욕심을 부린다는 거다. 네이버나 다음이 영화를 2000원 받고 파는데 웹하드에서 140원이면 아무리 해도 시장경쟁 안된다. 가격 균형점을 맞추려고 해도 음저협 반발 워낙 세다. 저작권법은 문화 기본법이다. 좀 더 재투자를 받아서 균형점 맞추려고 하는건데, 항상 힘들다.

 ◇강현숙 크리에이티브커먼 실장=가장 걱정되는 대상은 청소년들이다. 저작권 시범학교로 운영 중인 중학교 학생의 저작권 관련 포스터를 봤다. 표어가 ‘엄마 설마 제가 걸릴까요? 엄마 설마 제가 걸렸어요’였다. 어릴 때 반공 포스터를 보는 줄 알았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저작권법이 무조건 날 잡아가는 법처럼 생각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음악은 원래 공짜 다운로드 받아서 쓰는 거고, 영화는 300원 내면 되는 거였다. 이들에게 채찍질만 너무 강한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사회=지금의 저작권 및 시장상황이 당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김종진=음악가의 자존심이 말살되고 있다. 기업의 생존을 명분으로 유통업자들이 판매가, 수수료 다 맞추면 남는 것도 없는 저렴한 금액을 콘텐츠 가격으로 책정하는데, 콘텐츠 제작자들 역시 거대 사업자를 벗어나서는 공급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멜론, 도시락 등이 회원관리를 위해 첫 달은 무료로 뿌린다거나 하는 마케팅을 행한다. 기능이 마비되고 양심이 땅에 떨어진 저질시장이다.

 ◇김영산=동의한다. 저작권법이라는게 문화 기본법이다. 사실 문화부는 권리자 입장에 서서 균형 맞추는 차원에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사업자들의 수지를 다 알 수도 없는 것이고 포털도 공개가 많이 이뤄졌다. 단속과 보호의 효과가 예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나. 제 입장에서는 나아지는 거 같고, 한 번에 바꿀 순 없다고 본다.

 ◇이병선=작년에 음저협 문제 합의를 봐서 새롭게 출발했다. 물론 계약 구조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활동하시는 분들이 보기에 미흡하다고 볼 수 있지만 포털 사업자 입장에서 우리가 직접적으로 챙겨가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음원시장 키워나가기 위한 첫걸음 단계다. 포털은 토털 서비스 업자이기 때문에 얼마를 더 받고 덜받고 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큰 이슈가 아니다.

 ◇이해완=단속은 저작권 문화정착에 안좋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사실 삼진아웃제도는 지나치게 행정 위주 발상이다. 물론 행정이 형사보다는 부드럽지만 형사처벌을 하지말자고 해도 곤란하다. 형사처벌이 집중돼야 할 영역은 불법 웹하드 등 일확천금을 누리려는 사업자들과 헤비업로더들에 한하면 된다.

 ◇사회=설문조사를 해보면 청소년들이 제일 싫어하는 법이 저작권법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법 업로드와 헤비 업로더다. 혹시 단속이 형식적인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아니면 블랙마켓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해법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강현숙=일단 합법시장 시스템은 이용자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다. 오히려 불법시장은 원스톱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불법 시장은 도로가 잘 깔려 있는데 합법 시장은 또 다른 통행세를 내야 하는 상황 같다.

 ◇김종진=웹하드 규제가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토인비를 추종한다. 소수의 우수인력들이 제도 만들고 우매한 다수가 그걸 따를 때 파라다이스가 된다는 것. 우리도 우수 인력이 신념을 갖고 사법화까지 할 수 있는 완장을 채워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웹하드에서 일본의 음탕한 영화 아무렇지도 않게 다운받을 수 있다. 불법 유통물 감별법, 뻔하다. 영화, 유틸리티 등 순 불법의 온상이다. 적법한거 하나도 못봤다. 그런 사람들 없애는 게 뭐가 어려운 건가.

 ◇김영산=어렵다. 민주사회니까 절차가 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서 새벽에 치려고 해도, 요새는 서버에 IDC가 있지 않나. 데이터 분석에만 몇달 걸린다. 이걸 하려다 보니 오프라인 단속도 해야 한다. 대학 출판 단속도 해야 하고 시간이 드는 일이 많다.

 ◇이병선=사업자 입장에서도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몇번 비공식 테이블에서 논의도 이뤄졌다. 잘 진전이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권리자 쪽에서 민감할 필요가 없는 부분까지 지나치게 민감해 소극적인 부분이 있다. 권리라는 것이 어디까지라고 규정하는 순간, 원래보다 줄어들 수도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것들 규정하려면 문화산업 향유하는 측면에서 서로의 용기가 필요하다.

 ◇김종진=대학교 때 집창촌 앞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창문 밖에 여성들이 몸 파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명백한 불법이다. 초기 단계에 잡지 않으면 생존을 부르짖으며 몇 억씩 요구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경찰이 미리 나왔더라면 아이들한테 더러운 꼴 안보이고도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웹하드 단속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강현숙=한편으로 그게 ‘빈대’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단속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눈에 잘 보이고 잡기 쉬운 사람만 잡는 현상도 있지 않겠나. 그러다 기술과 제도의 괴리 때문에 초가삼간 다태우는 건 아닌가.

 ◇김영산=그렇지 않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도 등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 단속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저작권은 단속과 관계없이 저작권자의 기본적인 권리 행사다.

 ◇사회=공정이용 법안 등 제도적 개선은 어떻게 되가나.

 ◇이해완=공정이용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국민들은 내가 하는 행동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예민하다. 형사처벌이 명시된 법이 실제 처벌용이라기보다 철저히 ‘계몽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서울 지방법원에서 가처분해서 그것이 불법이라 해도 실제 형사처벌하면 분위기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 자체도 일본을 본받아 영리가 목적이 아니었다면 형사처벌은 안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제도에 대한 두려움을 좀 느끼면서 계도기간에는 불법 다운로드를 함부로 하지않는다거나 하면 효과있는 것 아닌가.

 ◇김영산=보호와 이용의 조화가 중요하다. 저작권자의 이익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영리적으로 경제적 이익에 반하지 않게 쓸 수 있는 제도. 지적재산권의 제한이 있다. 어려운 작업인데 많이 쓸 수 있으면 다운로드를 받는 사람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있는 것으로 하자는 법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가 죄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불법 다운로드는 상당부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음악이나 영화를 전송할 수 있다. 이전에는 제작자, 유통자, 이용자 따로 있었지만 개인개발자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한 마디로 다플랫폼 시대에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뤄 나갈 수 있을까.

 ◇김영산=1인 창조기업 얘기 많이 한다. 개인이 유통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지만 한편으로는 국경이 허물어졌기 때문에 역차별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 앱, 안드로이드 앱을 우리가 현행 저작권법상 단속할 순 있다. 하지만 기획수사 하면서 보니 아이폰도 서버가 외부에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논의를 해야 된다.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와 기회가 뒤섞여있는 측면이 있다. 제도는 기술보다 늦다. 늘 지체현상이 일어난다.

 ◇이병선=지체현상은 분명 현실이다. 어떤 환경이 되더라도 저작권자와 사업자가 긴밀하게 협력하며 이용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합법통로를 만들어 놓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본다.

 ◇강현숙=권리자들이 디지털 시대에 뒤늦게 대처하면서 불협화음이 크게 났다. 스마트폰 보면 권리자도 새로운 비즈니스 개척해야겠다는 의식이 높아진 같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잘 활용하면 예전의 불협화음도 줄어들고 창작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 오지 않을까. 이용자들도 전과 다르게 창작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김영산= 기술적인 얘기를 해보자. 웹에서는 권리를 음저협에 모두 이양하지 않나. 모바일 환경에서 본인이 앱 만들어서 할 수 있다. 저작자와 저작 재산권자가 다르다. 분리신탁이다. 검토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종진=계약서에는 분리신탁하면 안되게 돼있다. 음저협에서는 결사반대한다. 표준계약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조치지만 우리는 앱을 만들어서 팔고 싶다. 가수 서태지도 음저협에 안들어갔다. 안들어간 제작자가 50여 명 된다. 금전적 손해 굉장히 많이 본다. 분리신탁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음저협이 국내만 한정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분리신탁이 지금도 마음껏 이뤄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외국에는 유통 중계업자가 있어서 음원 한곡을 거기다가 올리면 5달러쯤 드는데, 그들이 아이튠스에 음악을 공급해준다. 해외니까 음저협이 관여할 수 없다. 어떤 친구는 음저협이 분리신탁을 안할거라고 보고 해외법인을 만들어 우리 콘텐츠를 아이튠스에 넣는 방식으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해완=과거에는 한국이 저작권에 수동적이었지만 한류가 퍼지면서 우리가 보호받아야 하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새로운 플랫폼 관련해서도 주도적인 문제를 제기할 것이 많다. 음원 하나만 봐도 권리가 복잡하다. 모바일 환경에서도 여전히 제품관리 역량은 중요하다.

 ◇사회=많은 것들이 준비돼 있고 어느 정도 화합은 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이해완=앨빈 토플러도 이야기 했듯이 오늘날은 프로슈머 시대다. 이용자 관점보다는 당신도 권리자가 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청소년 교육 제대로 해야 된다. 국민도 수세적인 입장이 아닌 저작권을 잘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포털 통해서라도 정부가 기본교육 동영상배포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정리=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