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새판을 짜자](6)산업과 문화 시각으로 미래산업을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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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새판을 짜자](6)산업과 문화 시각으로 미래산업을 고민할 때

 “지난 1000년 동안 우리나라는 정권 교체로 인해 세 차례나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땅에 묻었습니다. 국가 발전의 기회를 잃은 역사적 오류를 다시 반복해서는 곤란합니다. 이제는 정치논리가 아니라 산업과 문화의 시각으로 미래 산업을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소설 ‘영원한 제국’의 저자인 이인화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우리 시대 미래산업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역사 속에서 끌어냈다. 이 교수가 사례로 든 세 번의 실수는 ‘금속활자’와 ‘자격루’ 그리고 ‘거북선’이다. 모두 우리 역사의 자랑거리지만 불행하게도 후세에 계승되지 못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은 공민왕이 암살된 후 창고에 묻혔다. 자격루(물시계)는 세종 승하 후 고철 신세로 전락했다. 탁월한 조선술로 임진왜란에서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한 거북선은 광해군 이후 인조반정의 후폭풍으로 명맥이 끊어졌다.

 이 교수는 세 가지 탁월한 과학기술 유산이 당대에서 끊어진 이유를 “세계 문명의 중심에서 떨어진 한반도에서 이공계 인재들이 피땀 흘려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개발했지만 정쟁을 일삼는 문과계 인재들에 의해 짓밟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 상황을 “네 번째 역사적 오류가 반복될 위기”라고 진단했다.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와 그 위에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혁신적 서비스와 콘텐츠가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정권 교체 후 남발된 규제와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인해 뒷걸음질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 교수는 온라인게임을 꼽았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이용 금지를 뼈대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 중복 규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과 미래산업을 정치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며 “관치의 폐해는 역사적 상식이 없어도 일본과 같은 주변 국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래산업의 육성을 위한 방안으로 독립적인 진흥기관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정치권력에서 최대한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진흥기관이 있어야 한다”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처럼 정치나 사회 분야에 있는 독립기구를 산업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아울러 관료의 현장 경험을 당부했다. 특히 미래산업을 담당한 관료는 해당 산업의 이해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온라인게임을 해보지 않은 관료 입장에서는 심야 시간 청소년 이용 금지가 당연한 조치”라며 “민간의 지혜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규제가 아닌 지원 위주의 사고를 해야 바람직한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내다봤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