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69)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들

중국 온라인 비디오 업계의 생존 경쟁이 시작됐다.

Youku.com, Tudou.com, Ku6.com 등이 주도해온 온라인 비디오 시장에 최근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를 비롯해 국영 방송사인 CCTV,게임 업체인 샨다 인터렉티브 등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Baidu)`는 최근 베타 테스트를 마치고 동영상 사이트인 Qiyi.com를 런칭했다. Qiyi.com은 향후 1년 안에 중국내 최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로 자리잡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중국 온라인 비디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Youku.com과 Tudou.com을 추월하겠다는 것. 바이두의 온라인 비디오 시장 진출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중국 최대 검색 서비스인 바이두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온라인 비디오 시장 공략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이두가 새로 런칭한 동영상 사이트인 Qiyi.com은 미국의 유료 동영상 사이트인 `훌루닷컴`을 주로 벤치마킹할 것으로 예상된다. Qiyi.com의 공유 CEO는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미국의 유튜브 사용자들과 달리 UCC 보다는 드라마나 영화 보는 재미에 더 빠져있다”며 엔터테인먼트에 역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유튜브 보다는 훌루닷컴의 모델을 따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훌루닷컴이 방송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를 주로 유료로 서비스하는 것과는 달리 Qiyi.com은 주요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Qiyi.com의 공유 CEO는 향후 1년내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로 자리잡고 이어 5년 이내 자사 사이트를 흑자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직원수도 연말까지 현재의 150명에서 350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바이두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국영 방송사들의 온라인 비디오 사업 진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CCTV가 지난해 12월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후난위성TV,상하이미디어그룹 등 관영 방송사들도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들 방송사들은 자체 제작한 드라마나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중국 네티즌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에도 게임업체로 널리 알려진 샨다 인터렉티브가 유력 동영상 사이트인 Ku6.com를 인수해 온라인 비디오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소후 등 포탈 사이트들도 동영상 사업을 강화할 태세다.

이렇게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거세지자 Youku.com과 Tudou.com 등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온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들이 대응 전략을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이들 사업자들은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나 UCC 분야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우선 Youku.com의 대응 전략이 주목할만하다. 이 회사는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를 동영상으로 제공하기 위해 이달 초 우리나라의 SBS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SBS로부터 200여개의 드라마를 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향후 3년간 제작될 드라마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Youku.com은 중국 드라마 다음으로 중국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방영을 통해 기존 시장의 수성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최근 사이트를 통해 소개된 SBS의 ‘아내의 유혹’이 1천8백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의 열기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Youku.com은 영화 시장에도 진출했다. 차이나 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이달 20일 이 회사는 중국 최대 영화제작사인 ‘중국영화집단(CFGC)’과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영화집단과 합작사를 설립해 영화제작과 배급사업에도 직접 진출하기로 했다는 것. 영화배급은 극장과 온라인을 통해 동시에 이뤄진다. 아울러 TV드라마 제작사와 협력해 인터넷 드라마 제작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웨이 밍 부사장은 “우리는 앞으로 영화의 온라인 상영 등 다운스트림 시장에 진출하고, 동시에 영화 제작 및 배급 등 업스트림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 비디오 시장의 80%를 공유하면서 동시에 최대 경쟁자 사이인 youku.com과 Tudou.com이 최근에 콘텐츠 공동 이용 및 구매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양사는 최근 각자 보유한 비디오 콘텐츠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youku.com의 빅터 쿠 CEO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볼 때 우리는 분명 라이벌이다. 하지만 앞으로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에서 비즈니스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최근 중국 온라인 비디오 시장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 구입 비용이 치솟고 있는데 양사가 협력해 콘텐츠를 구입할 경우 콘텐츠 구입 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양사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China Internet Network Information Center,CNNIC)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이용자들은 현재 2억 4천만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4천만명은 전혀 TV를 보지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비디오 시장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96.2% 성장한 2천 9백만 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사실 중국의 온라인 비디오 시장은 그동안 위기상황에 있었다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중국 정부의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에 대한 검열과 제재가 강화되면서 문을 닫는 사이트들이 속출했고, 2008년 전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중국 인터넷 업체에 투자했던 외국 투자자들의 철수도 있었다. 게다가 불법 동영상 업로드 등 고질적인 저작권 문제도 안고 있다.

사실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는 전세계적으로도 비교적 일찍 시작됐다. 미국의 유튜브가 지난 2005년 2월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중국의 Tudou.com은 같은 해 4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튜브 처럼 중국의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들도 아직은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중국 온라인 비디오 시장이 이제 본격적인 생존 게임에 들어간 것이다.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게리 양 Tudou.com CEO는 "우리는 지금 한무리의 코끼리들과 춤을 추고 있다. 이들 코끼리들과 조심 조심 춤을 추지않으면 우리는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코끼리는 비디오 온라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콘텐츠 보유사업자나 테크놀로지 업체들을 일컫는다. 게리 양의 말에서 중국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들의 위기감이 느껴진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