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의 미래사회] <21>나를 증명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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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연구자로서 가장 흥미로운 연구 주제를 꼽으라면 순간이동(Teleportation)을 들겠다. 공상과학영화 스타트렉에선 인간이 한 줄기 광선으로 변해 순간적으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 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빛 알갱이로 분해돼 이동한 뒤, 다른 공간에서 예전의 몸으로 재조립된다. 미래학자이자 공상과학 소설가인 아서 클라크는 인류가 오랫동안 순간이동을 상상했으며,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순간이동기술의 씨앗이 될 만한 연구는 지난 90년대 이후 꾸준히 발전했다. 학자들은 이를 양자(quantum) 전송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스타트렉의 순간이동은 아니다. 정보의 이동이지 실체의 이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란 양자의 얽힘 상태를 말한다. 얽혀 있는 두 양자는 한쪽 양자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양자의 상태도 ‘즉각’ 변한다. 즉 멀리 떨어뜨려놓은 두 양자가 힘 상태를 유지한다면, 양자 정보는 전송된 것이다. 양자전송이 팩스나 이메일 전송과 다른 것은 정보를 담은 물리적 구조가 입체적으로 전송된다는 점이다.

 1990년대 유럽 과학자들의 양자전송이 성공한 뒤, 2004년엔 일본 과학자들도 실험에 성공했다. 급기야 지난 5월 중순 중국의 과학자들이 획기적인 실험결과를 네이처 포토닉스라는 저널에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획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전송의 거리를 혁명적으로 늘렦고(16㎞), 특정한 튜브를 통한 전송이 아니라 공중 전송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학계는 잡음이 많고 전송에 걸림돌이 많은 공중에선 양자전송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중국 과학자들이 이런 통념을 깨버린 것이다. 사실 중국은 지난해 8월 중국 과학원에서 주최한 ‘도시 범위에서 양자통신기술 전시회’를 개최했고, 이를 통해 양자 전송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은 통신의 안전성, 비밀 보장성 측면에서 앞선 기술을 확보해 국방이나 금융 분야에서 상용화하는 틀을 구축했다.

 양자전송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미래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첫째, 양자 전송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를 주고받는 전송을 뜻한다. 20세기가 빛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바쳐졌다면, 빛보다 빠른 그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은 21세기 과학, 철학, 사회과학의 연구방향을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둘째, 양자 전송은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특성(properties)을 보내는 것이다. 최초로 양자 전송에 성공한 젤링거 교수는 “원본임을 증명하는 건, 물질(atoms)의 질서(order)를 뜻하는 특성이지 물질 그 자체는 아니다”고 주장한다.

 자, 스타트렉의 순간이동기술이 실현됐다고 치자. 그렇다면 순간이동을 통해 전송된 나는, 나를 증명하는 질서와 특성일 것인데, 그게 무엇일까. 영혼 혹은 의식이라고 부르는 그 무엇일까. 그렇다면 몸과 영혼의 관계는? 우문현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