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와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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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길동, 문익점, 이순신….

 ‘스마트폰 때문에’ 2010년 통신 산업계에 옛 위인들이 등장했다. 느닷없는 홍길동과 문익점, 이순신의 등장은 그만큼 한국 통신시장이 요동치고 있음을 반영한다. ‘홍길동’은 이석채 KT 회장이 아이폰을 도입한 후 애니콜의 삼성전자에게 ‘구박’과 ‘견제’를 당한다며 자신의 처지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쯤에 비유한 데서 기인했다. 삼성전자가 SK텔레콤에는 ‘T옴니아’로, 통합LG텔레콤에는 ‘오즈옴니아’로 부르도록 이름을 지어줬지만 KT에는 그러지 않았다. 같은 옴니아폰을 쓰면서 ‘쇼옴니아’라고 부르지 못하고 그냥 ‘SPH-M8400’이라는 모델명으로만 표기한 것은 누가 봐도 ‘서자’의 모습이다.

 ‘문익점’은 아이폰 도입을 비판하는 것에 대한 KT 측의 대항논리다. 목화씨를 붓뚜껑에 들여와 목화를 한반도에 널리 퍼지게 한 것처럼 아이폰을 들여와 한국의 모바일 문화를 한 단계 높여놨다는 의미다. 이 논리는 아이폰 사용자와 애플 마니아들에게 절대적이다. 그러나 목화 ‘씨’를 들여온 게 아니라 수조원어치 목화 ‘솜’을 들여와 기존 섬유산업(통신산업) 시장을 붕괴시킨 조치였다는 경쟁업체의 비판도 있다.

 아이폰이 대한민국 모바일 산업에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 삼성전자의 ‘굴욕’도 있다. 일본의 한 CEO는 애플과의 계약을 위해 통신사업자가 할 일은 ‘비굴하면 된다’고 했다. AS부터 보조금, 마케팅 비용까지 통신사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KT가 애플로부터 그런 굴욕을 감내하며 아이폰을 수입한 것은 삼성전자에게 더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얼마나 아이폰이 좋았으면 그런 수모를 참으며 삼성전자를 버렸을까. 삼성전자 휴대폰 임직원에게는 이게 최악의 굴욕이다. 이를 ‘삼전(삼성전자)도 굴욕’이라고 부른다. ‘굴욕’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한이 되고 복수의 원인이 된다.

 자존심이 제대로 상한 초일류기업 삼성전자는 복수혈전을 할 ‘영웅’이 필요했다. 바로 ‘이순신’이다. 12척의 판옥선 등으로 적선 300척을 물리친 ‘1대 100’ 싸움의 영웅 말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를 출시한다. 삼성 내부에서 ‘갤럭시 S’의 ‘S’는 ‘(이)순신’을 의미한다. ‘스페셜(특별)’ ‘스타트(출발)’ ‘삼성’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순신 프로젝트’가 대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1대 100 싸움을 이기고 싶은 욕망을 담았다. 명랑대첩에서의 대승을 거둔 뒤 전세를 뒤집었던 영웅 이순신처럼. ‘삼전도 굴욕’과 ‘한’을 보상할 ‘거북선’처럼.

 물 빠져나가는 소리가 아이들 울음소리(鳴)처럼 십리 밖에서도 들린다는 명량해협. 초속 6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조류라고 한다. 모바일 시대의 컨버전스 흐름은 명랑해협의 그것만큼 빠르다. 100년짜리 기업도 6개월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면 무너진다. 명량대첩을 화두로 삼성전자가 ‘이순신’을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삼성은 ‘갤럭시 S’로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1000명이 두려워한다(一夫當巡 足懼千夫)’는 ‘명랑대첩’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김상용 정보통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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