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의 미래사회]<24> 인간을 닮아야 진짜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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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컴퓨터와 인공지능 로봇은 얼마나 다를까. 컴퓨터에서 인공지능 로봇으로 진화하는 것은(진화론이 맞는다면) 원숭이에서 사람으로 진화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일까. 로봇이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로 진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최근 일본에서 이런 질문에 해답이 될 만한 단서를 찾아내 눈길을 끈다.

 우선, 개인용 컴퓨터(PC)를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처리 속도다. 컴퓨터의 처리속도는 나날이 개선되고 있으며, 이를 격려하기 위해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처리속도가 빠른 슈퍼컴퓨터를 선정해 발표한다.

 미국 업체 일색인 슈퍼컴퓨터 500위 순위(www.top500.org)에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 최근 2위까지 올라왔다(한국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가 15위에 올라 100위 안에 유일하게 들었다).

 일본 교토에 있는 ATR 연구소 노리히로 하기타 연구진은 38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컴퓨터의 마우스를 이용, 화면에 보이는 이미지를 확대해 보라고 했다. 컴퓨터의 이미지는 확대될 때 약간의 시간이 지연되도록 조작돼 있다. 1초 안에 확대되는 경우, 2초 안에, 그리고 3초 안에 확대되는 각각의 경우를 두고 실험이 진행됐다. 실험 후 참가자들에게 가장 만족했던 상황을 물었더니, 1초만에 이미지가 확대되는 것을 선호했다. 역시 처리속도가 중요했다.

 이번엔 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으로 비슷한 실험을 해보았다. 참가자들은 로봇에게 쓰레기를 가져다버릴 것을 명령하고, 로봇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인간의 명령을 받자마자 움직이는 로봇과 약간의 시간을 두고 명령을 이행하는 로봇으로 나누었다. 실험 후 참가자들에게 어떤 로봇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약간의 시간을 두고 이행하는 ‘느린’ 로봇을 선택했다.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머틀루 박사의 말을 인용, PC와 로봇은 진화의 방향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머틀루 박사는 무생물로 간주되는 PC는 속도가 빨라야 하지만, 생명체라고 여겨지는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처럼 행동하도록 요구된다. 인간의 대화를 살펴보면 묻고 답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남의 처지를 배려하는 말을 찾느라 소요되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이게 자연스러운 대화다. 인간의 감정까지 맹렬한 속도로 배우고 있는 로봇은 조만간 인간처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런 실험으로 짐작해본다면 로봇은 PC와 달리 ‘덜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화될 가능성이 높다.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하는 것보다 상황 파악 능력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 눈치 빠른 로봇이 대접받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