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디엄] <1> 드립

별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나 행동을 인터넷에서 낮추어 부르는 말. 2009년 하반기를 전후해 쓰이기 시작했으며 즉흥적 대사나 연주를 뜻하는 용어 ’애드리브’ (adlib)에서 유래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어이없는 발언이나 군색한 변명을 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표현이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어떤 근거나 숙고 없이 마치 애드립을 하듯이 즉흥적이고 뜬금없이 나온 것이란 비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언행에 대해 생각 없는 짓이라며 비난하는 경우에 많이 쓰이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동사형은 ’드립치다’. ‘개드립’ (개같은 드립), ‘패드립’ (패륜적 드립) 등의 파생 표현도 간혹 사용된다.

초기엔 인터넷 게시판의 논쟁에서 상대방이 논리에 밀려 그때 그때 즉흥적이고 앞뒤 안 맞는 논리로 대응한다고 공격하기 위해 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엔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자기 맘에 안 드는 다른 사람의 모든 말과 행동을 통칭하는 의미로 쓰인다. “국무총리실 ‘국책은행인줄 알았어요’ 드립”, ‘펠레의 남아공 월드컵 독일·브라질·아르헨티나 우승 예언 드립’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드립’이란 용어가 일반화되면서 요즘엔 별다른 부정적 뉘앙스 없이 쓰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나르샤가 지상파 연예 방송에서 가슴 관련 농담을 한 카라 구하라에게 ’가슴 드립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냐’라고 말한 것이나, 맥주 광고에 등장한 가수 길의 얼굴에 다른 캐릭터의 얼굴을 합성하는 합성 놀이에 ’길드립’이란 이름을 붙인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단어가 생성되고 의미가 변화하고 사라지는 사이클이 짧은 인터넷 언어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오프라인에서 흔히 쓰이는 비슷한 표현으로는 ‘뻘소리’ 혹은 ‘뻘짓’ 등을 들 수 있다. 커피를 잘게 빻은 원두에 끓는 물을 부어 걸러 내는 커피 ‘드립’ (drip)과는 무관한 단어이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요새 여배우 A는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이 안습이야.

B: 그래서인지 자꾸 토크쇼 나와서 ’인기 가수 출신 헤어진 옛 남친’ 드립이나 치면서 관심 끌려 하더라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