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6> 열폭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나 자기 내면의 콤플렉스를 건드린 사람에게 괜스레 적개심과 분노를 드러내거나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는 행위를 일컫는 말. `열등감 폭발`의 준말이다.

내밀한 콤플렉스를 자극당한 것에 격한 감정을 느꼈지만, 마치 그와는 상관없는 다른 정당한 이유로 분노한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터넷 댓글이나 블로그의 비난이나 욕설, 신상 털기 등의 형태로 주로 나타난다.

특히 아직 사회적으로 안착하지 못한 20대 남성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키, 돈, 능력 등의 문제를 여자들이 잘못 건드릴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열폭 쓰나미가 일기도 한다. 지난해 방송 출연한 여대생의 “키 180 이하는 루저”라는 발언에 분개해 일어난 `루저의 난`이 대표적 경우. “레스토랑에서 할인 카드 꺼내는 남자는 별로”라는 말을 했던 배우 김옥빈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용서받지 못 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하자 일본 네티즌들이 `오서 코치가 캐나다인이라 좋은 점수를 받은 것` 등의 주장을 한 것도 열폭의 사례다.

인터넷 게시판의 논쟁이 가열되면 상대에 대해 `왜 이렇게 흥분하세요? 열폭하시네요`라는 도발이 으레 일어나곤 한다.

열폭하는 캐릭터는 드라마나 만화에서 주인공의 상대역으로 종종 등장한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제빵회사 회장의 친아들이 아니면서도 친아들로 살아온 구마준이 대표적. 그는 집에서 쫓겨나 어렵게 살면서도 회장의 천부적인 후각과 미각을 물려받은 친아들 김탁구에게 대해 열등감을 느끼며 그의 여자, 미각, 후각 등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

열폭은 한일 네티즌의 논쟁에서 한국 네티즌들의 열띤 주장에 대해 일본 네티즌들이 `열등감 폭발이네요`라는 반응을 자주 보인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 때문에 `열폭`이란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주장도 있다.

최근엔 `열 받아 폭발` `열띠게 폭발` 등의 의미로 잘못 쓰이기도 한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오늘 박 과장 PT하는데 이차장은 왜 그렇게 사사건건 트집 잡는 거야?

B: 그 프로젝트가 이 차장이 하다 실패한 걸 박 과장이 살린 거거든. 이 차장이 열폭하는 거지.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