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10> 차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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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도시 남자`의 준말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쉬크하고 세련된, 그러면서 어딘가 고독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어 쉽게 다가서기 힘든 도시 남성을 말한다. 단, 차가운 외면 속에 따뜻한 휴머니티가 언뜻 내비쳐야 한다.

`차가운 도시 남자`란 표현은 `병맛`(본지 2010년 7월 23일 27면 참조) 아트의 대표자인 만화가 조석의 웹툰 `마음의 소리`에 등장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8년 9월 게재된 해당 회에서 자취생인 주인공은 해외 근무를 하다 돌아온 형의 글로벌한 삶을 부러워하며 뉴요커, 프리랜서, 영어 책, 노트북PC 등으로 차가운 도시 남자의 이미지를 따라하려 한다. `나는 워커홀릭에 빠진 차가운 도시 남자…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라는 대사를 날리지만 현실은 시궁창.

`차가운 도시 남자`는 험프리 보가트 이후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어 온 고독하고 멋진 남성 이미지의 2000년대 한국판이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고독한 남자가 자신에게만은 정열적이라는 설정은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음의 소리`에서 보듯 차도남은 실제 쉬크하고 세련된 사람을 지칭하기보단 그런 이미지를 꿈꾸는 남자들의 지향점을 묘사하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출세 경쟁, 스펙 경쟁에 내몰린 채 맨몸으로 자신의 값어치를 증명해야 하는 현대 남성의 비애를 담았다.

실제 모습보단 보여지고 싶은 이미지가 초점이라는 점에서 `허세`와도 통한다. 많은 허세남이 `차도남`을 지향한다. 하지만 차도남은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하다는 점에서 허세남과 구분된다. `나쁜 남자`와도 비슷하지만 `나쁜 남자`만큼 나쁜 짓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물론 허세를 현실로 사는 아이돌들은 명실상부한 차도남. 최근 `여심을 사로잡는 차도남` 설문에선 `꽃남` 이민호가 1위를 차지했고, `나쁜 남자` 김남길과 강동원이 그 뒤를 이었다. `성균관 스캔들` 박유천은 기대 이상의 연기로 `차조남`(차가운 조선 남자`)이란 이름을 얻었다.



*생활 속 한마디

A:이번 소개팅엔 내추럴하고 쉬크한 블랙 수트에 세련된 분홍 양말로 `차도남`의 이미지를 나타낼 겁니다.

B:그런다고 박휘순이 이민호가 되지는 않지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