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2> 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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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굉장하다는 뜻. 어떤 사람이나 사물, 현상이 자신의 기대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때 감탄사처럼 사용한다.

“야, 너 새 휴대폰 쩐다”, “이 대리 여자친구 외모 쩔던데”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단,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로 모두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는 맥락을 보며 파악해야 한다. 위의 용례의 경우, 새 휴대폰이나 여자 친구의 외모가 `매우 좋다`는 의미일 수도, `기대 이하로 실망스럽다`란 의미일 수도 있다.

`쩔다`란 말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푸성귀나 생선 따위에 소금기나 식초, 설탕 따위가 배어들다` 혹은 `땀이나 기름 따위의 더러운 물질이 묻거나 끼어 찌들다`, `사람이 술이나 독한 기운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다` 등의 뜻을 지닌 동사 `절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인터넷의 각종 지식인 서비스나 위키 사이트에 따르면, `쩔다`라는 표현은 여러 지방의 사투리가 섞여 인천 지역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 수도권의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사람에 대해 `절다`라는 표현을 쓰면 주로 그 사람이 안 좋은 것의 영향을 깊이 받는다는 부정적인 의미지만, 시간이 지나고 청소년 및 젊은이라는 특정 계층 안에서만 주로 쓰이게 되면서 차츰 본디 의미는 사라지고 청소년들이 주로 쓰는 감탄사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쩌네`, `쩐다` 등의 간단명료하면서도 호쾌한 어감으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현재 `쩔다`는 좋고 나쁘다는 의사 표시를 위한 표현이라기보다는 말하는 이의 고양된 감정을 표현하는 감탄사에 더 가깝다 하겠다.

`쩔다`는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며, 어떤 상황에서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높은 범용성이 특징이다. 하나의 표현이 의미와 사용자층, 사용 지역 등을 좌충우돌 넘나들며 그 의미와 용법이 변해간 흥미로운 사례라 할 수 있다.



* 생활 속 한 마디



A: 타블로 학력 의혹을 제기했던 `왓비컴즈`에 대해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망이 좁혀 들어가고 있어요.

B: 네티즌 수사력 정말 쩌네요. 하지만 또 다른 신상 털기와 마녀 사냥으로 이어지면 안 되겠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