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명연장 500조 시장을 잡아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미국 수명연장 신청 예정 원전

500조원에 이르는 원자력발전 수명연장 시장이 열린다.

업계에 따르면 환경단체의 신규 원전 건설 반대와 부지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기존 원전을 계속 운전하려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노보보로네츠 원전 5호기가 수명연장을 위해 260일간 가동 정지에 들어갔다. 설비 개선 작업으로 수명을 30년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노보보로네츠 3 · 4호기와 커크스 1 · 2호기, 콜라 1 · 2호기, 레닌그라드 1~4호기의 수명을 15년 연장하는 것에 인허가 난 상태다.

아르헨티나도 지난 9월 한국을 방문,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해 기존 원전에 대한 계속 운전 협력을 요청했다. 계속 운전이란 설계 수명이 다 된 원전에 대해 법적 기준에 따라 안전성을 평가하고 설비를 개선, 운전을 계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눈앞에 있는 거대한 시장=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될 원전은 430기다. 금액으로는 2조달러가 넘는 규모다.

반면에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은 2009년 6월 기준으로 436기다. 개수로만 신규 추진 원전과 기존 원전의 수가 비슷하다. 어림잡아 신규 원전 건설비용의 20%만 잡아도 향후 30년 안에 500조 원이 넘는 시장이 조성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추진 중인 월성 원전 1호기 수명연장 사업비용만도 6000억~7000억원 사이로 추산된다. 신고리 1 · 2호기 사업비용이 4조9000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원전 운영 주체나 참여 기업 모두에 이득인 셈이다. 인근 지역 보상금까지 고려하면 더욱 경제적이다.

◇수명연장 원전 `부지기수`=일반적으로 원전은 설계 수명에 20년 정도를 더한다. 설계 수명이 30년이면 50년, 40년이면 60년까지는 안전하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8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 계속운전 추진현황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5년 안에 8기의 원전이 새롭게 수명연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내년까지만 4기다.

현재 우리나라가 진출할 수 있는 국가 가운데 향후 5년 안에 설계 수명이 도래하는 원전도 8기 정도다. 설계 수명을 30년으로 가정했을 때다.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1~3호기, 벨기에 도엘 원전 2기와 티앙주 원전 1기가 대표적이다. 특히 벨기에는 지난 2003년 원전 폐쇄가 결정된 이후 원전 수명이 40년으로 제한돼 2015년에 폐기할 예정이지만, 벨기에 에너지전문가 그룹인 GEMIX는 2025~2035년까지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인 슬로바키아의 보후니체 원전 2기도 설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엠발세 원전 수명연장 사업에 참여=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 엠발세 원전 수명연장 사업에 참여하기로 하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은 오는 16일 아르헨티나 엠발세 원전 수명연장 사업에 대한 사전 협의를 위해 현지로 출발한다. 한수원과 한전기술은 이번 출장에서 세부 추진계획과 참여분야를 협의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가 우리나라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엠발세 원전과 우리나라 월성 원전이 같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가압중수로 유형으로 캐나다 원자력공사(AECL)가 제작했다. 현재 AECL은 재정 문제로 설비 개선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노형은 다르지만 고리 1호기를 성공적으로 수명연장한 바 있으며 현재 월성 1호기도 추진 중이다.

◇전담조직 부재, 대응 시급=문제는 거대한 시장이 눈앞에 있지만 전담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원전 운영 인력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원전에 대거 투입되다 보니 실제 남는 인력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한수원에도 전담팀이 없어 정비기획처와 해외사업처 등에서 나눠 맡고 있다. 아르헨티나 원전 수명연장 사업도 마찬가지다.

한수원 한 관계자는 “수명연장 대상 원전을 파악하려면 각 나라 원전에 대한 조사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며 “수명연장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수명연장 신청 예정 원전

자료: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