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가속기 유효성 논란]<상>가속기 딜레마에 빠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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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제시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로드맵을 두고 ‘유효성’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는 이미 구축 중인 대형 가속기 4기에만 총 1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여기에 추가 구축할 2개 방사광가속기에 다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과학기술계는 다른 첨단기술은 차치하고 가속기만 6기나 설치한다며, 현 정부를 ‘가속기 공화국’이라고 지칭했다. 국과위가 마련한 방사광가속기 구축계획의 배경과 논란의 핵심을 긴급 점검한다.

 ◆글 싣는 순서

 <상>가속기 딜레마에 빠진 정부

 <중>가속기 왜 논란의 중심인가

 <하>새로운 지도가 필요하다.

 

 국과위는 지난해 말 국가 차원의 대형연구시설 투자재원 배분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를 마련했다. 구축지도에서는 글로벌 연구경쟁력 확보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69개 중점 대형연구시설과 투자 우선순위를 매겼다.

 ◇가속기 논란 점화=69개 중점 대형 연구시설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S군 21개 시설에 ‘차세대 다목적 3.5GeV 방사광가속기(이하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포함됐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오는 2014년부터 6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또 올해 첫 예산 200억원이 배정된 포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도 동시에 추진한다.

 S군 21개 시설의 전체 구축비용 1조5619억원 가운데 두 방사광가속기 구축비용만 9429억원이다. 또 두 가속기가 예정대로 추진되면 포항의 3,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양성자가속기, 부상 중입자 가속기 등을 비롯해 총 6기의 대형 가속기가 국내에 건설된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과학기술자들은 거대 자금이 투입되는 두 시설에 R&D 예산을 대부분 투입하는 것은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복투자라는 주장이다.

 ◇방사광가속기 선정 배경= ‘차세대’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또 다시 방사광가속기를 추가로 구축해야 하는지 의문이 이어진다. 이미 지난 1994년 정부 포스텍에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설치한 바 있다. 또 3세대 방사광가속기와 별도로 포스텍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작업도 시작됐다.

 국내 한 학회가 제안해 국과위의 구축지도에 포함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방사광가속기와 비교할 때 확실한 차이점이 있느냐도 쟁점이다. 실제로 교과부 관계자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역시 현재 업그레이드 중인 3세대 방사광가속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교과부 측은 구축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수요조사와 4차례의 분과, 기획위원회의 검증절차가 있었다고 설명하지만 5000억원이 소요되는 시설구축에 대한 사전 공감대 형성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더욱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에 설치할 중이온가속기는 20억원의 개념설계비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아직 첫 삽도 못 뜬 채 기구축 시설로 분류됐다.

 ◇가속기 로드맵은 단순 계획=가속기 논란이 거세지자 국과위 측은 ‘구축지도’가 단순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교과부 측은 “전문가들이 본 러프한 계획”이라며 “내년 초 구축지도에 대해 다시 검토하고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축지도에 명시한 대로라면 구축지도는 각 부처 대형연구시설 투자계획에 반영해 69개 중점 대형연구시설에 대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투자를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동시에 구축지도는 범부처 연구시설 구축 종합추진지침으로 마련된 구축지도는 향후 예산편성과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오는 4월 예산권을 확보하고 과학기술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시작하는 국과위가 단순 ‘참고 자료’로 구축지도를 마련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대전=박희범기자 윤대원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