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잇따른 보증기관 출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3개 시중은행 신용보증기관 출연 규모 및 지원효과

 시중은행과 신용보증기관의 밀월관계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한·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이달 기업은행에 이어 이번 주와 다음 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특별 출연’한다. 확정된 신한·국민·기업은행 3곳이 특별 출연하기로 한 액수는 신보 2450억원과 기보 1150억원 등 총 3600억원이다. 이들 은행은 이 자금을 레버리지로 총 13조원대의 자금지원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하나은행도 유사한 형태로 진행 예정이어서 시중은행 출연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왜 줄줄이 출연하나=이들 금융권은 ‘정부 정책코드 맞추기’와 ‘고객확보’라는 두 가지 취지로 파악된다. 올해 정부의 정책방향인 동반성장에 맞춰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그에 따른 리스크(위험) 부담을 신용보증기관을 통해 회피하려는 것이다.

 올해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에 무작정 나설 수 없게 되면서 대안으로 신용보증기관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이들 신용보증기관 이용으로 리스크 부담은 10%(이하 보증비율 90% 경우)로 줄어든다. 만약 대출 중소기업이 채무 불이행 시 90%는 신용보증기관에서 대위변제를 해준다. 신용기관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인력을 투입해서 수익을 맞출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들이 신용보증기관에 적극 손을 내미는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우량 고객기업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리스크를 크게 덜게 된 만큼 보증료 지원 등을 면목으로 보증 만기가 도래하는 타 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적극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갑지만 않은 중소기업=이번 은행들의 특별출연 및 보증료 지원제도는 중소기업 모두에 득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만큼 어차피 신용보증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은행 갈아타기 등의 방법을 쓰게 되면 보증료 또는 대출금리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부 자체 신용으로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조차도 신용보증서를 끊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적지 않은 자금을 출연했고 이를 통해 리스크를 덜 수 있게 된 만큼 신용보증기관을 적극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럴 경우 금융비용은 따져봐야 하겠지만 은행과 신용보증기관 두 곳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본연의 업무를 하지 않고 보증기관과 정부에 떠넘기려고만 한다”면서 “은행들이 기업 선별 능력을 갖춰서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직접 골라내고 신용보증기관에서는 초기 창업기업 등에 지원을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