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 대재앙]“국내 표준원전서 감압장치 사라질뻔”

 `장순흥 밸브`의 당사자인 장순흥 KAIST 교수.
`장순흥 밸브`의 당사자인 장순흥 KAIST 교수.

 영광 원전 3·4호기에 설치돼 있는 ‘장순흥 밸브’가 뒤늦게 화제다.

 21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1989년 건설을 시작해 1994년과 1995년 각각 완성한 영광 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설계 도면에는 당초 원자로의 압력을 낮추는데 없어서는 안 될 ‘안전감압장치’를 설계하지 않았다.

 이에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제자 5~6명이 나서 당시 만해도 거대한 조직인 한국전력과 주사업자인 미국 컨버스천 엔지니어링(CE)에 맞섰다는 것. 이들은 감압밸브가 없는 원전을 건설할 경우, 엄청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을 각계에 호소하며, 그 뜻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는 것.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설계를 다시 할 경우 각종 배선이나 설비의 위치를 다 바꿔야하는데다 추가로 드는 예산도 만만치 않아 처음에는 듣는 척도 안할 정도로 무시했다고 한다. 결국은 한국전력이 두 손 들고 설계부터 다시하면서, 이때부터 영광 3· 4호기의 감압밸브를 ‘장순흥 밸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장순흥 교수는 “안전감압장치는 당시 미국 원자로에도 없었던 것으로 원자로에 물을 넣고 뽑는데 필수적인 장치”라며 “중대 사고를 완화하는데 절대적인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 영광 3·4호기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한국표준형 원전인 울진 3·4호기의 이론과 경험적인 토대를 제공한 기본 모델로 현재도 정상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장 교수의 제자인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본부장은 “산업체의 경우는 생산비와 직결되는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당시 밸브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일본과 같은 사태에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순흥 교수와 백원필 본부장은 지금은 절판됐지만 지난 1997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주제로 한 ‘원자력 안전’이라는 책을 펴내 관심을 끌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