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에 해저케이블 `뚝` 글로벌ERP 운영 대기업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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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1일 일본을 강타한 지진으로 한국-일본 해저케이블이 끊어졌지만 복구가 지연되면서 미국 등에 해외법인을 둔 국내 기업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지진으로 단절된 한일 간 케이블을 대신해 한국-대만·홍콩 우회 회선을 이용해 북미지역과 인터넷 연결을 하고 있으나 이 경우 네트워크 속도가 두 배 가까이 저하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통합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을 통해 국내에서 미국·유럽 등 주요 해외법인의 정보시스템을 지원하는 대기업들의 경우 일본 지진 이후 우회노선을 사용하면서 케이블 복구 현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단일 ERP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며 만도·범한판토스 등은 글로벌 ERP 시스템 구축을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다.

 네트워크사업자들에 따르면 대만·홍콩 회선을 경유할 경우 한일 해저케이블을 경유할 때와 비교해 속도가 두 배 이상 느려진다. 일부 기업은 미국 현지법인에서 시스템 지연 시간이 250~400ms에 달해 평소보다 1.5~2배 이상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현지에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 90%가 일본을 경유하는 해저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으며 케이블 단절 이후 우회 노선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해외 해저케이블 사업자들의 일본 영해 케이블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진척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법인 시스템 속도 두 배 느려져=LG전자 글로벌 정보시스템용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LG CNS 관계자는 “현재 대만·홍콩 우회 노선을 활용하고 있으며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국까지의 전송 속도가 지진 이전과 비교해 두 배가량 느려졌다”며 “케이블 복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글로벌 ERP 시스템에서 미국법인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만도 역시 지진 당시 케이블이 끊어지자 대만 우회 노선을 사용했다. 이후 대만 지진이 발생, 이 케이블마저 끊어져 시스템 응답 지연이 심각했으나 대만 회선은 곧 복구가 되면서 일부 정상화됐다.

 ◇현재로선 복구 장기화 전망=주요 해외 케이블사업자들의 경우 방사선 우려 등으로 복구 시점조차 전망하지 못하고 있어 한일 간 해저케이블 복구는 지연될 전망이다.

 아시아지역 케이블사업자인 팩넷(Pacnet) 한국지사 관계자는 “한일 케이블을 언제 복구할 수 있는지는 현재로선 파악할 수 없다”며 “홍콩 본사에서 복구용 선박을 띄워야 하지만 방사선 때문에 일본 해역에 접근하기 어려워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가서 끊어진 해저케이블을 꺼내 올려 물리적으로 이어 붙이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해역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홍콩 본사에서 일본 정부와 접촉해 일본 영해로의 진입 가능성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며 “대만 우회 노선이 끊어졌던 것은 복구가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상 네트워크 대책 마련에 나선 기업도 있다. 글로벌 ERP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재해복기 시스템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비상시에 백업이 가능하고 지속 운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 설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