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고효율 태양전지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 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미리넷솔라 솔라셀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태양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 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미리넷솔라 솔라셀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태양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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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2020년에는 전체 반도체 산업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고효율 태양전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인류에게 진정한 ‘무공해 삶’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 48조5000억원(449억달러) 규모인 전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효율 높은 결정형 태양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했다. 박막형 태양전지의 성장에 따라 다소 비중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2015년까지 여전히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전망이다.

 결정형 태양전지는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으로 만든 뒤 이를 얇게 자른 웨이퍼에 특수한 화학처리를 거쳐 만드는 전지로, 평균 효율이 16~18%에 달해 태양전지 가운데 가장 높다. 박막 전지는 10% 내외의 효율을 보이고 있어 한참 뒤처진다.

 효율이 높아야 하는 이유는 ‘$/Wp’라는 공식으로 설명된다. $는 장치투자비와 재료비, 인건비 등 투자비용이고 W는 출력이다. 결국 동일한 투자비에서 출력이 높아지면 생산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생긴다.

 이해석 신성홀딩스 태양전지연구소장은 “90장의 태양전지로 100장의 효과를 낸다면 10장만큼 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좁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면 그만큼 이득이다.

 고효율 태양전지는 태양광 산업의 대중화를 촉진할 ‘그리드패리티(화석연료 생산단가와 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같아지는 시점)’를 앞당긴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태양전지 모듈 효율이 1% 올라가면 모듈 설치에 드는 비용(BOS)은 4% 하락하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효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차지하는 면적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고효율 태양전지 생산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모듈 판매기준 태양광 세계 1위에 오른 중국 선텍파워는 양산효율이 19.5%에 달하는 고효율 태양전지 ‘플루토’ 생산능력을 현 250㎿에서 연말까지 450㎿로 늘릴 계획이다. 4위인 중국 잉리솔라도 올해 중반까지 증설하기로 한 700㎿ 가운데 600㎿를 최대 효율 19.89%인 ‘판다’로 채우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효율의 상업용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미국 선파워는 지난해 24.2%의 전지를 내놓아 세계 기록을 경신한 바 있으며, 지난해 태양전지 생산능력 1위에 오른 중국 JA솔라도 18.2%의 단다결정 혼합 태양전지 ‘메이플’을 출시하고 양산화에 나서고 있다. 메이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결정 방식을 이용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고효율 태양전지 분야에서 잇따른 성공사례를 발표하면서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는 모습이다.

 신성솔라에너지는 지난해 말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UNSW)과 공동으로 19.6%의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하고 올해 안에 상용화를 이루기 위해 양산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근 대구 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 20.18%의 초고효율 태양전지를 선보인 현대중공업은 당장 내년부터 이 전지를 양산할 계획이다. 미리넷솔라도 JA솔라와 유사한 단다결정 방식으로 18%가 넘는 ‘슈퍼셀’을 최근 공개했으며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이 전지를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할 방침이다. 이밖에 LG전자가 올해 안에 19%대 태양전지를 선보일 예정이며 18.9%의 고효율 전지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도 초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 경쟁은 단순한 기술 다툼을 넘어 생존을 건 패러다임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처럼 빠른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확실한 우위를 점한 고효율 태양전지 양산기술이 개발된다면 지금까지 해놓은 대규모 제조설비 투자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전지 생산능력 상위 10대 업체 가운데 무려 6개가 포진한 중국·대만 입장에서는 공룡처럼 큰 지금의 덩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반대로 우리처럼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지 못한 나라에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이 “지금은 우리가 규모 면에서 중국이나 대만 업체들에게 뒤지고 있지만 획기적인 고효율 태양전지 양산기술이 개발된다면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도 이 같은 중요성을 인식해 올해부터 고효율 태양전지 연구에 2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차세대 태양전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중요한 점은 효율이 높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고효율 저가’ 태양전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도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태양전지의 일반적 효율 한계인 29% 내에서 고효율 전지를 만드는 방법은 대부분 공개돼 있고, 또 고가의 장비와 재료를 사용하면 더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가격이 올라가 태양광의 대중화가 곤란해지는 문제점이 생긴다.

 조재억 한화케미칼 솔라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2009년 미국 퍼스트솔라가 효율 11%의 모듈을 가지고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효율보다 가격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두 개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뉴스포커스]고효율 태양전지
<고효율 전지에 쏠린 눈>최근 대구에서 열린 그린에너지 엑스포에서 미리넷솔라가 출품한 슈퍼셀 모듈에 일본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효율 전지에 쏠린 눈>최근 대구에서 열린 그린에너지 엑스포에서 미리넷솔라가 출품한 슈퍼셀 모듈에 일본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태양전지 효율은 지난 20여년 동안 연간 0.5%포인트밖에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더딘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신성솔라에너지의 한 연구원이 태양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태양전지 효율은 지난 20여년 동안 연간 0.5%포인트밖에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더딘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신성솔라에너지의 한 연구원이 태양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