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특허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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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국내 보급된 스마트폰의 십중팔구가 ‘갤럭시S’와 `아이폰’이다 보니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도 높다.

 전망은 엇갈린다. 일반인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놓고 삼성의 열세를 점치기 일쑤다. 먼저 개발한 ‘아이폰’을 ‘갤럭시S`가 따라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리사들의 시각은 정반대다. 삼성이 맞제소한 무선통신 관련 원천기술이 특허로서 파괴력이 훨씬 크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은 패소하면 다음 모델부터 디자인을 바꾸면 그만이다. 하지만 애플이 패소하면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이상 휴대폰 사업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런데 애플은 왜 이 싸움을 시작했을까.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지만, 애플로서는 이번 특허 전쟁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다소 유리해도 결국 크로스 라이선싱으로 합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반도체 최대 고객인 애플을 모질게 대할 수 없는 삼성의 입장 때문이다.

 애플은 이런 역학관계를 이용해 크게 두 가지를 노릴 수 있다. 우선 특허 소송을 먼저 제기하면서 맹추격 중인 삼성전자에 ‘모방자’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이른바 ‘이미지 타격’ 전략이다.

 두 번째는 반도체 구매선 다변화를 위한 명분 쌓기다. 당장 값싼 대만 업체로 전환하려면 애플은 부담스럽다. 상도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다 삼성이 오히려 대대적인 특허공세로 보복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특허 소송은 일종의 ‘선제적 방어’라는 시각도 많다. 특허 소송이 불거지자 마자 애플의 반도체 공급사 전환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시나리오대로 가는 느낌이다.

 바야흐로 특허경영 시대다. 애플은 굳이 로열티를 받지 않더라도 크로스 라이선싱만으로 얻는 게 많다. 특허를 많이 취득하는 것 못지않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허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 우리기업들은 과연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을까. 찬찬히 헤아려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지영 모바일 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m